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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cheon Lee Mar 20. 2016

손돌 바람

- 33 -

              

손돌 바람


"은별아!

학교 끝나면 

곧장 집에 와!"

'"뭐 할건데요?"

"은별이 손이 있어야 하거든."

"김장할 거지!"

엄마는 웃음 띤 얼굴로

은별이를 바라보네.


"안되는데, 어디 가는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얼버무리는데

"안 오기만 해 봐!"

엄마의 작은 입이 

쩌억 벌어져 아귀가 되네.

얼른 대문을 열고

'안되는데'만 

꿀꺽 삼켜버렸네.


'오빠에게 말해야지.'

'내일 보자고.'

'함께 김장할까나?'

'말해봐야지.'


거센 바람

할아버지 수염 되어

쓱싹쓱싹

커다란 빗자루질로

모닥불 쬐는 낙엽을

하늘로 날려버리네.


손이 덜덜

손돌 바람에

걸음이 보이지 않아

어느새 집 앞.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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