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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cheon Lee Mar 20. 2016

오빠랑 함께라면

- 34 -

                 

오빠랑 함께라면


나무 대문 삐걱거리고

도끼 눈 엄마가

은별이 기다리며

배추를 차곡차곡

문 여는 소리에

엄마는 방긋 웃으며

달려와 토닥토닥!


은별이 뒤에서

사사삭.

파란 오빠도 함께

김장하려고 왔어요.


쓰담쓰담

엄마 손은 어느새

오빠 머리에서

왔다 갔다

"파란이도 왔구나.

고맙기도 해라!"


엄마 손보다 

커다란 칼로

하얀 배추를

쪼개고 또 쪼개고

은별이는 

하얗게 드러난 

배추 뱃살에

마음을 담아

붉은 고춧가루 양념 속을 

꽉꽉 채우고

마지막으로

오빠는 

은별이 손에서

잠자는 배추를

받아 차곡차곡

가지런히 산을 

만들어 보이고


"어쩜,

파란이 참 잘하네."

"은별이는 누가 데려갈지

요 모양이라니?"

"엄마두 참!"

"아무도 없으면

오빠에게 가 버릴까나?"

실눈으로 오빠를

보다가 고개 숙이고


"나중에 파란이에게

보내면 꼭 받아주련!"

"파란이면 이 엄마도

두 다리 뻗고 잘 텐데."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 체

오빠 손잡으며

눈웃음으로

속닥속닥.

오빠는 

뭐가 그리 좋은지

줄곧 실실거리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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