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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cheon Lee Mar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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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좋아하는 

내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하얀 겨울이 아무 소리도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가끔은 윤지도

낯설게만 느껴져

내가 있는 이곳이 다른 곳인 양

빙글빙글 제자리만 맴돈다.


커피 한 잔에 

한낮의 따뜻함에 

눈이 감기려고 하는데

낯익은 향기에

번쩍 눈을 떴다.


내 앞에 

훤칠한 키에 말쑥한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카시아 향기였다.

파란 오빠였다.


'오빠~!'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은별이?!"

"예뻐졌는데."

오빠의 웃는 얼굴이 싫지는 않았다.

나도 모르게 오빠의 손을 건드려보았다.

어릴 때처럼 따뜻했다.


오빠 뒤에는 

"오빠! 누구야?"

"오빠가 말하던 옆집 동생?"

"응"

오빠의 입에서 '응'이라니.

나는 오빠를 만났다는 설렘도 잠시

윤지와의 수다에 빠져버렸다.


오빠는 그렇게

나를 잃어버렸나 보다.

참 따뜻했는데,

그 마음도 이젠 사라졌을까?


오빠가 준 붉은 나뭇잎 책갈피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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