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부터의 도피
언젠가 한번 캠핑에 가자는 말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들판에서 동굴로, 동굴에서 움막으로 그리고 성벽과 고층 아파트로 인간이 나아간 역사에는 이유가 있다.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했던 인간의 부단한 노력과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캠핑과 같은 여가 생활을 이해하지 않겠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지금이 돼서야, 나는 과거의 내가 했던 말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문명으로 가득한 현대식 공간이 결코 나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비용을 지불하고 공간을 제공하는 호텔, 카페, 레스토랑은 내가 그들에게 낸 돈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뿐 이용자인 나에게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왜 그토록 내가 돈을 쓰고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어도 마음이 편할 수 없는지 이유가 있었다.
현대식 공간 안에는 나를 제외한 수많은 타인이 존재한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그들은 각자의 반경 속에서만 존재한다. 동시에 나에게 향하는 (또한 타인을 향한 나의) 시선이 공존한다. 이러한 시선이 존재함으로써 그 공간은 불편해진다. 공간이 비용에 걸맞은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용자인 나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이유가 시선을 제거할 수 없다는 불가피함에 있다.
도시를 떠돌며 지내보니 나를 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다. 끊임 없이 돈은 소모되고, 타인의 시선으로 나는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왜 현대인들이 다시 도시를 떠나 캠핑이라는 명목으로 자연 속으로 도피하는지 알겠다. 내가 직접 들이는 노력에 걸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자연이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있는 것도 자연이다. 도시 속 현대인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잃어버렸던 자유를 찾기 위해 떠났다.
인간의 발자취는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 때로는 그 길의 끝은 스스로를 위협하는 짐승의 아가리 속이나 절벽 끝일 수도 있다. 한번쯤은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걸어온 길을 그리고 걸어갈 길을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