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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소연 Oct 16. 2024

애도일기

너의 없음은 그저 없음일 뿐인데

없음은 그저 없음일 뿐인데 그 부피가 너무나 커 숨이 벅차다. 마지막일줄 몰랐던 어제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입술 바로 앞까지 올라오던 상념의 문장들은 막상 하얀 화면을 마주하니 두서 없고 조잡하기 이를데 없다. 이런 내가 너를 어떻게 애도할 수 있을까. 

벌써 흔적도 냄새도 희미해져가고 있다. 어디선가 나타나 꼬리를 흔들것만 같다. 잠을 자다가 너의 낑낑 대는 소리에 일어난다. 그러나 너는 없다. 없음이 너무나 커 나는 그 무게에 짓눌려 터져버릴 것만 같다. 


이제 나는 너의 시도 때도 없는 배변 냄새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아침 화장실 앞에서 서늘하게 식은 액체를 밟으며 짜증을 내는 일도 없을 것이다. 검정색 옷에 털이 묻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료가 떨어지면 주문을 하거나 간식을 고르느라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해마다 바꿔주던 너의 쿠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이보다 더한 성가심과 노동을 더해서라도 너를 다시 되돌리고 싶다. 너의 모든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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