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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소 Mar 22. 2020

병원 가기 어려운 이 시국, 원격진료

코로나 19 - 감염병에 대응하는 의료계와 IT기술

병원에 가는 일이 쉽지 않아 졌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녀 간 응급실은 폐쇄되고, 병원 내 감염 위험도 높아졌다. 의심증상 환자는 쉽게 병원에 갈 수 없고, 일반 환자도 감염 위험에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며칠 전 배가 아파 고민하다 방문한 내과도 텅텅 비어있었다. 감염병 위험은 줄이면서, 필요한 치료는 지속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다. 이에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허용했다.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전화로 의사의 상담이나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평소라면 쉽게 허락되지 않았을, 의료계의 금기어 '원격진료'가 허용된 것이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원격진료 한시적 허용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0-177호('20.03.2)

갑작스러운 정부의 결정에 처음에는 의료관계자와 환자 모두 우왕좌왕했다. 환자들이 어떤 병원에 '전화'를 어떻게 하는지, 진료비는 어떻게 결제하며, 보험은 적용되는지, 약 처방은 어떻게 받는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 의협 등은 의료계와 협의 없이 진행된 이 계획을 강력히 반대하였다. 정부가 정해진 가이드라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해 의료 현장에 혼란만 유발했다는 것이다.


원격진료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오랜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원격진료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그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과 반발로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 상 불법인 원격진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의는 잠시 뒤로하고, 코로나 19 판데믹(대유행) 단계에서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정부의 가이드는 미흡했으나, 이 틈을 메우며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민간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했다.


원격진료 서비스의 등장


의사 정보와 후기를 제공하던 '메디히어'는 미에서 시행하던 원격 화상진료 서비스를 한국 버전으로 빠르게 내놓았다. 어플에 접속해서 원하는 진료를 선택하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을 볼 수 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거쳐야 하는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았다. 의사를 선택하면, 화상통화, 채팅, 통화 등 원하는 진료방식과 시간을 선택하여 진료를 예약할 수 있다. 어디가 아픈지 글과 사진 등으로 증상 정보를 진료 전에 공유할 수도 있다. 약은 진료 이후 내가 등록한 가까운 약국에 가서 찾아오게 된다.


메디히어의 원격진료 프로세스
진료과목 & 의사 선택 > 진료방식 선택 > 진료시간 예약 > 증상 사전 입력 > 결제정보 입력 > 예약 완료! > 주민번호 등 기본 정보 입력 > 가까운 약국 등록 >  예약된 시간에 진료!

 

메디히어의 원격진료 프로세스, 병원, 진료방식, 진료시간, 약국까지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결제 @메디히어


한 번 써보고 싶었으나, 아픈 증상도 없는데 공연히 의사 선생님을 귀찮게 할 수 없었다. 프로세스 상 간단한 증상을 확인하고 약을 처방받거나, 기존에 진단받았던 질병의 관리용으로 유용할 것으로 보였다. 아쉬운 점은 아직은 진료예약이 가능한 병원이 10여 개로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의사 선생님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섭외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그러나 전국에서 10여 명의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훌륭한 편이다. 진료비는 진료과목과 진료수단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진료 수가와 동일하게 산정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감사하게도 진료를 무료로 진행해주시는 의사 선생님도 있다.


굿닥의 원격진료 서비스 @굿닥


병원 후기 공유 어플 '굿닥'도 빠르게 원격진료 서비스를 업데이트하였다. 굿닥에는 원격진료가 가능한 병원 수가 100여 개로 더 많았다. 새로운 진료 플랫폼에 의사 선생님을 섭외했다기보다는, 병원 운영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거나 혹은 카카오톡 1:1 채팅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맡았다. 따라서 화상진료는 어려우나, 전화/채팅 진료가 가능하다. 진료비는 카카오 페이 혹은 계좌번호로 송금할 수 있게 되어있다. 원격진료 전 과정이 원클릭으로 연동되지는 않지만, 해당 병원의 후기를 함께 볼 수 있어 병원을 선택하는 데는 더 도움이 된다.

굿닥의 원격진료 프로세스
병원 선택 > 병원 진료 시간 및 후기 확인 > 병원에 전화 or 카카오톡 채팅 요청 > 송금하기

 


어플로 여러 병원을 앉은자리에서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니, 갑자기 병원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마치 온라인 쇼핑하듯 느껴졌다. 의료진이 왜 원격의료를 우려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간단한 진단을 받기에는 좋은 서비스일 것 같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에 아이를 데려갔던 지인이 며칠간 걱정에 동동거리던 것이 떠올랐다.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로는 나도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은 피곤한 날마다 코로나 의심증상을 체크했었는데, 이제는 혼자 불안한 마음을 달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의 어플이 아니더라도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상위 대형 종합병원은 대부분 전화상담 및 처방을 시행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병원 10곳 중 7곳 이상이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다. 현재 가능한 원격진료는 가벼운 질병에 대한 상담이나, 간단한 검사 결과 안내, 기존의 처방받던 의약품을 재처방받는 형태에 머물러 있다. 대면 치료가 필요한 질병, 전화로는 의사가 판단하기 어려운 병 등 아직까지 원격진료로는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전화를 통한 진료를 경험한 환자들 대부분 그 편리성에 긍정적인 반응 보였다고 한다. 서비스가 조금씩 진화된다면, 진짜 집에서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현장의 위기를 기회로


아플 때 쉽게 병원에 가고,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으며, 의료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의료 시스템 덕분에, 지금까지 일반 환자에게 '원격진료'의 필요성은 비교적 높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미국, 중국 등 해외 원격진료 시장이 해마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원격진료는 시범사업의 문도 넘기 어려웠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맞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원격 진료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동안 법의 한계로 막혔던 다양한 원격의료 서비스의 실효성을 검증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언제까지 지금의 서비스가 허용될지는 모르지만, 이번 기회로 환자와 의료관계자들이 원격진료를 직접 경험하며 새로운 합의점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  


원격진료 플랫폼 외에도, 코로나 19의 무서운 확산속도에 대응하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수와 동선 등을 정리해주는 코로나 상황판, 공적 마스크의 판매처와 남은 수량을 알려주는 지도와 어플, 코로나 19 의심증상을 온라인 문진표로 자가 문진 한 뒤 선별 진료소를 안내해주는 앱, 대구지역 내 약국에서 약을 배달해주는 서비스 등. IT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투명하고 빠르게 코로나 19 관련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등장한 멋진 서비스들이 국민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부디 코로나의 빠른 종식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코로나 19와 관련된 의료정보 사이트


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정식 홈페이지 http://ncov.mohw.go.kr/

원격진료를 지원하는 메디히어 https://www.medihere.com/

원격진료를 지원하는 굿닥 http://www.goodoc.co.kr/

코로나 19 사전 문진, 똑닥 https://www.ddocdoc.com/

코로나 19 체크업, https://ncovche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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