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로봇 3
고양이 화장실을 샀다.
...이렇게 거대할 줄 몰랐다.
입구를 차지한 상자는 높이가 1미터였고 부피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자전거 페달과 원목 화장실에 걸려 고양이 화장실은 안쪽까지 들어오지 못했다.
어찌할까 고민하며 상자를 열어보는 틈을 타, 고양이는 신이 났다.
상자 안으로 다이빙!
둘째 제르고양이 누나가 들어간 안을 내려다본다.
콱 깨물어 주고 싶은 예쁜 뒤통수.
저 뒤통수는 조그맣고 반질반질하다.
그렇지만 겁 많은 녀석은
자기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첫째 나미는 꼬리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안쪽 탐험을 끝내고 윗세상으로 올라온 나미고양.
이것은 나의 것이오.
당당하게 선언하는 나미고양.
새 상자를 본 고양이들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이 상태로 5시간쯤 방치했다.
(사실 작업을 해야 했다.)
그동안 나미는 마음껏 상자를 즐겼다.
본체 850,000원.
별매 계단 60,000원.
이번에 롯데에서 신한카드 청구할인 7퍼센트 할인+계단과 함께 85만원에 국내수입 정품을 판매하고 있어 냉큼 샀다.
사고 나니 제품이 품절로 바뀌었고
통장은 비었다.
설치하고 나니 푸르스름한 빛을 발해 더욱 더 22세기의 물건 같았다.;;
고양이들은 리터 로봇 3을 무서워하며 접근하지 않았다.
용기있는(=호기심이 많은) 나미고양은 이틀째부터 사용하기 시작했고 제르고양은 아직 무서워한다...
자고 있는 인간 위에 올라가 꾹꾹일 하며 내려다보는 제르고양.
그래, 최첨단 화장실이 무서울 수도 있지.
누나가 다 이해한다.
이라하는 고양이 두 마리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