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발걸음
저녁에 핸드폰 알람을 맞춰 두고 잔다.
아침에 알람 소리가 울리면,
내가 아니라 고양이가 깨서 달려온다.
나는 알람을 끄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불 위에 고양이가 올라가 짓밟는다.
꾹 꾹 밟는다.
깨끗하지 못한 항문을 보여주며...
일어나라, 인간!
어서 일어나지 못할까!
이래도 안 일어나?
마음껏 인간을 밟고 나면
침대 난간 위로 올라가서 울부짖는다.
깨엑 깨엑
밥을 내놔라 께엑
오늘은 룸메이트인 Y가 밥을 꺼냈는데,
나한테 찰싹 달라붙어 꾹꾹거리다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바로 그리로 가 버렸다.
나를 깨우러 오는 것이 아니라
밥 주는 인간을 깨우러 오는 것이었구나.
웃음이 났다.
이라하는 고양이 두 분을 모시고 사는 인간입니다. 만화를 그리며 먹고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