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K Mar 31. 2017

내가 만난 여자 - 언니 2

언니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178cm의 장신이다.

중요한 것은 158cm의 나와 몸무게가 비슷하다는 것.


거리를 걸어도, 사진을 찍어도, 백화점에서 옷을 입어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뺏는 그런 몸매를 가진 그런 여자.

예민한 사춘기를 겪은 나는

그런 언니가 좋으면서도 질투했다.


둘이 같이 걸으면 언니 얘기만 하던 사람들이 싫었고

친척들과 모여있을 때, 언니는 미스코리아에 나가라는 말도 애써 무시했다.


언니는 그런 심술꾸러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넌 욕심이 있어서 뭐든 잘하잖아. 나는 너만큼 절대 못할 거야.

와, 너 백점 받은 거야? 역시 내 동생.

별거 아닌 일에도 언니는 나를 칭찬해주었고 내가 잘못했을 때 부모님께 이르지 않아주었다.

어렸을 땐 왜 그런 것들이 그렇게나 고마운지.


수험 생활 당시, 언니는 매일매일 나에게 편지를 써주었다. 

어느 날에는 국어 문제집에, 어느 날에는 수학 풀이집에.

긴 편지는 아니었지만 짧은 글귀에 사랑과 응원을 듬뿍 담아.

독서실에서 늦은 시간까지 있다가 돌아오면 엄마와 함께 식탁에 앉아 나를 반겨주었다.

언니도 그때 대학생이라 놀고 싶었을 텐데. 괜히 술냄새 풍길까 봐 조심했다고 한다.


하, 왜 다들 나한테 이렇게나 해주는 거야.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수능이 끝나고 자신이 쏟았던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던

못난 동생이지만

여전히 언니는 그대로였다. 나를 예뻐해 주는 엄마 같은 한결같은 나의 언니.


언니가 결혼하면 나 같이 살게 해줘. 내가 청소하고 빨래 다할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언니가 결혼하면,

나 정말 많이 울겠지?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지금처럼 많이 다투고, 많이 얘기하고, 많이 웃으면서

그렇게 언니와 지내고 싶다.

나에게 준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담아 축하를 보낸다.

여전히 아름답고, 예쁜 마음을 가진 언니가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만난 여자 - 언니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