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기록장치 -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기록 #1. 대구 김광석 거리
유난히 덥고 습했던 날, 대구 김광석 거리에 다녀왔다. 실제 거리의 이름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김광석의 앨범 '다시 부르기'의 이름을 빌려, 김광석을 이곳에 다시 그려본다는 의미와 그를 그리워한다는 뜻을 함께 담았다.
김광석하면 떠오르는 상징물인 통기타 조형과, 김광석의 얼굴 혹은 노랫말과 관련된 벽화들이 즐비했다. 나는 그를 만나고 싶어서, 그의 노래에 한참 동안 푹 젖은 뒤 찾아간 상태였다. 김광석을 만나기 위해 간 곳이었다.
하지만 약 400m 남짓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김광석 거리를 모두 걷고 난 후 내가 느낀 점은, 어디에도 김광석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느낀, 내가 상상한, 내가 노래를 통해 만나본 김광석은 그 길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나는 김광석이 노래하던 그 시절에 직접 마주하여 듣던 세대는 아니지만, 그토록 다양한 형태로 김광석 거리를 채워놨음에도 내가 느꼈던 김광석의 감정, 김광석의 색감, 김광석의 온도, 특유의 성향이나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구 김광석 거리라기보다는, 대구 벽화거리에 느낌이랄까. 시대적 배경부터 콘텐츠의 스타일들이 너무 복잡하게 엉켜있는 것 같아, 그 모습이 조금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거리 끝에 있던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예상치 못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 잠시 쉼을 취할 겸 앉아 헤드폰을 낀 순간, 나는 그곳에서 김광석을 만났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그 첫 소절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거리를 걷는 동안 그를 만나지 못해 아쉬웠던 내 마음이, 그 한마디로 충분해졌다.
바로 옆에서
불러주는 느낌.
감사하게도 그곳에는
김광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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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