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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로망 Aug 04. 2022

돈 안 되는 음악, 나를 위로하는 음악

내가 돈이 안 되는 음악을 하는 이유

아직도 음악하냐는 안부인사

"잘 지내? 요즘도 음악해?"


회사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선배들에게 듣는 고정 인사입니다. 2009년 8월, 지금은 없어진 사업부서에 입사했을 때,  "취미로 음반 내는 신입"이라는 자기소개가 선배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탓인지, 당시 같은 부서 선배들은 여전히 저를 "음악 하는 개발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입사 당시만 해도 바쁜 프로젝트 일정에 주 6.5일 출근에 야근하지 않는 날을 헤아리기는 것이 더 쉬웠던 때라 뭔가 퇴근길에 술 한잔 하는 것 외에 다른 취미를 가지는 것은 꽤나 사치스러운 여건이었는데요, 선배들 중에도 학생 때 밴드를 하거나 현재 교회에서 악기 연주를 하는 분들도 간간히 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악을 만들고 앨범을 만드는 것을 취미로 하는 신입사원은 꽤나 희귀한 존재였습니다.


다만 위 질문에 담긴 요즘"도"의 의미는 문맥상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1. 회사 일, 육아하기도 바쁠 텐데 아직 음악 할 여유가 있어? (긍정적인 격려/부정적인 의문 모두를 포함)
2. 돈도 안되고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은 음악을 아직도 계속하는 거야? (대체로 부정적)


"돈이 안 되는 음악은 왜 하고 있는가?"는 선배들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늘 되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해보려고 합니다.


돈 벌 실력이 되지 않아 업이 아닌 음악을 한다

제가 업으로 음악을 하지 않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저의 음악이 밥 벌어먹고 살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고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저의 음악이 타인의 지갑을 열 정도의 상품성/작품성은 없다는 점이죠. 돈이 되진 않지만 좋아서 하는 무언가를 지칭할 때 우리는 아마추어(Amateur)라는 표현을 씁니다.


아마추어(Amateur)
아마추어(Amateur) 혹은 비전문가(非專門家)는 전문적이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아마추어는 전문적이지 않고 스스로 직접 배웠으면서 사용자가 직접 만들고 DIY 성격의 호비스트로 정의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어떤 한 직업의 지망생인 경우가 많다. 스포츠에서 전문 직업 선수들이 활동하는 프로 (Professional) 그리고 반전문 직업 선수들이 활동하는 세미프로 (Semi-professional)와 구분하여 직업과 관련 없는 선수들이 활동하는 스포츠로 아마추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 출처 : 위키피디아


앞선 글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저는 아마추어 뮤지션인데요, 생계 수단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저 좋아서,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음악을 겸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도 딱히 하기 싫을 때는 그냥 안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줄리어스 어빙의 말처럼요.


물론 창작물에서 발생하는 음원 수익이나 저작권료와 같은 수입이 있긴 하지만 미미한 수준으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 음악이 아니었기에 이에 크게 좌절하거나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 뮤지션들만큼의 수익을 아마추어가 기대하는 것은 자칫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어쩌면 '당장 오늘 곡을 쓰지 않아도 내가 굶을 일은 없다.'라는 생각이 음악 자체를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아프니까 노래한다 : 나를 위로해주는 나의 노래

제가 만든 노래가 유명해져서 널리 불려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노래를 만드는 가장  이유는 "위로받고 싶어서/위로하고 싶어서"입니다. 물론 세상에는 지금 나의 실연, 좌절, 상실의 상황을 대변해주고 위로해주는 훌륭한 뮤지션들의 노래가 충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찌어찌 취업은 했지만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신입
반복되는 야근 뒤 집에 돌아와 잠들기 바쁜 하루
원거리 연애 중인 여자 친구와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
얼마 전 줄을 갈아놓은 기타는 방구석에 처박혀 먼지만 쌓이고 있는 상황


을 위로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결국 저의 이런 상황으로 가사를 쓰고 곡을 붙여 나에게 최적화된 노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나 하나를 위해 부르는 나의 노래"인 셈이지요.


흔히 부르던 사랑 노래를 잊었네
익숙해진 월급날에 내 삶은 참 뻔해
이젠 한국말도 형용사 쓰는 법을 잊었네
음과 음을 엮어도 늘상 부르고 부르던 노래

곧 죽어도 꿈은 꿀 것 같던 그대가
지친 일과 속에 우려내던 노래가
아무래도 나 여기까지가
여기까지가 끝인가요?
- 조대득밴드 : 여기까지(2013)

https://youtu.be/gMgKrQpEJN0


돈 안 되는 나의 음악

어쩌면 음악은 저에게 있어 돈이 되진 않지만

위로가 되고, 해소가 되고, 그 시절 감성의 기록이 된다는 점에서 아마추어로서 누릴 수 있는 충분한 혜택을 주는 존재입니다. 이게 돈 안 되는 음악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이유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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