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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soozin Mar 05. 2019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인터뷰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함께 일하고 싶은, 팀원을 찾고 있다. 감사하게도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하루 일과 틈틈히 인터뷰 보는 일이 잦아졌다. 인터뷰가 잡히면 지원서를 꼼꼼히 읽고 미래의 팀원 분을 머리 속으로 그려본다. 세세히 그려지지 않는 부분은 체크를 해두고서 인터뷰 때 물어본다. 몇 번의 인터뷰를 거치고 나니 내 질문이 얼추 비슷하다는 걸 알게됐다. 


  몇 번의 인터뷰 중에서도 함께 일하고 싶은 팀원을 찾지 못한 날, 나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되물었다. 나는 과연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자주 물었던 질문 두가지

1.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2. 당신은 왜 마케터가 되었나요?






1.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곰곰히 생각했다. '마케팅'이 뭐지? '마케팅'이란 단어가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긴 또 처음이야. 마켓에 잘 내다 파는 걸까? 알리기만 하면 되나? 잘 팔기만 하면 되나? 아니 그걸론 부족한데.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더 애정이 담긴 그런 활동인데..


  아, 그렇다면 마케터란 건 첫번째 팬(fan) 아닐까? 이 서비스(혹은 제품, 더 나아가 브랜드)를 제일 좋아하는 첫번째 팬.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팬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그런 열정적인 사람! 좋아하는 게 생기면 자꾸 떠벌리고 싶고, 누구한테든 한 번 써보라고 권하게 되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것 처럼.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이란 '팬(fan)을 만드는 활동'이구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 꽃 
 



  애정이 생기면 생명력이 생긴다. 생물에도 무생물에도. 

그러므로 나에게 마케팅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다른 이들에게도 '애정'을 전파하는 일이다. 단순히 USP를 알리고, 유저를 많이 데리고 오고, 판매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쉼 없이 살아 움직이는 시장에서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정리를 하고보니 '애정'이라는게 마케팅을 설명하는데 있어 나에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다른 마케터 - 미래 팀원 - 이 어떻게 마케팅을 정의할지 궁금했나보다. 혹여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어떻게 바라보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여전히) 무척 궁금하다. 




2. 당신은 왜 마케터가 되었나요?

  그렇다면 나는 왜 마케터가 되었을까? 나는 서비스(제품 더 나아가 브랜드)를 살아움직이는 생명체로 만드는 - 무생물에 퍼스널리티를 부여하는 - 마케팅의 마법이 좋았다. 개성을 부여하고 분위기를 입혀 마치 사람 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도 좋았고, 특히나 사람 심리에 관심이 있는 나는, 좋아할 만한 이들의 심리를 파악해 실제로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유도하고 때로는 솔직하게 고백하는 활동이 참 멋져보였다. 그래서 마케터가 되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에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가 마음 한 켠에 잡고 앉는 과정, 무생물인 브랜드를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고 애정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법같았다. 


  처음 영화 마케팅 프로젝트를 맡고나서 우리가 수입한 <50/50> 이라는 제목의 조셉 고든 레빗 주연 영화를 보고 또 봤다. 배우들이 하나하나 다 어여쁘고 내 새끼 같아서 해외 사이트를 다 뒤져 리뷰를 읽었고, 배우의 전작들을 찾아봤고, 한국의 숨겨진 팬들을 찾아 편지를 보냈다. 잠시라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영화 노래를 찾아 들었고 팀원과 영화를 예찬하는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보듬고 안아 마케팅한 영화를 처음 관객에게 선보이던 날을 잊지 못한다. 내 새끼 같은 영화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까 어쩔까 궁금해서 맨 앞좌석에 앉아 관객들을 자꾸 돌아봤다. 사람들이 웃으면 따라 웃었고 숨죽이면 따라 숨죽였다.온라인에 올라온 모든 리뷰를 읽었다. 애정을 품은 영화가 다른 이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자리 잡는 그 과정이 못 믿을만큼 재미있고 좋았다. 



  진심은 통한다. 


  <50/50>을 진심으로 아낀 팀원 모두의 마음이 전해져서 그랬던 건지 관객들 모두 영화를 좋아했다. 영화를 너머 우리가 한 마케팅 활동까지 좋아해줬다. 그래서 더 욕심이 생겼다. 애정을 부어 마케팅 했지만 영화는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자라나는 브랜드의 첫번째 팬인 마케터가 되어서 시간과 애정을 듬뿍듬뿍 붓고 브랜드가 스스로 쑥쑥 싹을 틔우고 자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단지 돈을 내면 살 수 있는 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만든 이들의 정성과 철학이 녹아 들어간 '브랜드'를 만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그재그에 합류했다. 한걸음 한걸음 진심을 담아 싹을 틔우는 중이다. 


  마법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마케팅은 절대 달콤한 거짓말이 아니다. 브랜드에 부여된 개성과 분위기 특히나 철학은 만든 이들이 진심으로 믿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마케터도 진짜의 브랜딩을 할 수 있다. 진심은 통한다. 가짜의 허울은 얼마 되지 않아 들킨다. 하나하나의 의사 결정과정에 녹아 있는 철학이 브랜드의 심장을 뛰게 한다. 어쩌면 마케터란 다른 팀원이 철학으로 만든 양철 로봇에 제대로 된 HEART를 찾아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그렇게 심장을 가진 브랜드가 다시 다른이들의 마음을 뛰게 하기도 한다. 꼭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내 마음을 뛰게 하는 애플이라는 브랜드의 철학, 철학을 녹인 마케팅
Here's to the crazy ones
여기에 바로 the crazy ones가 있습니다.

The misfits. The rebels. The troublemakers.
The round pegs in the square holes. The ones who see things differently.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반항하는 사람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 관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말입니다.

They are not fond of rules.
And they have no respect for the status quo
그들은 정해진 규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현상을 유지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You can quote them, disagree with them, glorify or vilify them.
우리는 그들에게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그들을 예찬하거나, 비방할 수 있습니다.

About the only thing you can't do is ignore them.
Because they change things. They push the human race forward.
하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그들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인류를 발전시키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And while some see them as the crazy ones.
We see genius.
Because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그들을 미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천재성을 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친 사람들이야말로
실제로 세상을 바꾸고야 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Think different



* 저의 의견이 정답은 아닙니다. 

다른 분들은 마케팅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왜 마케터가 되셨는지 다른 의견들도 궁금하네요.


** 좋은 마케터님은 지그재그 마케팅팀 채용 공고를 눈여겨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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