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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꼬마 Nov 25. 2023

불합격이지만

감사합니다

박사과정 입시에 불합격 됐다. 엄마는 매일 기도해 주시고 대만여행에서 대문짝만 하게 '달꼬마 박사 기원' 문구를 쓴 풍등도 띄우셨는데.


내일 이사를 하시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부모님 댁에 와있는 중에 불합격 소식을 들었다. 엄마는 "아잉~어떻게~"라고 몸을 흔들며 아쉬워하셨지만 이내 " 괜찮아. 너가 최선을 다 했으니까 그걸로 됐지."라고 위로하셨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나에게 "너만 맨날 붙으면 다른 사람은 어떡하라구~ 다른 사람들도 기회가 있어야지"라고 하신다.


아빠가 퇴근하시면서 대하를 잔뜩 사 오셨다. 막내딸 온다고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사 오셨단다. 그런 아빠에게 식탁에 엎드려 우는 시늉을 하며 "난 그거 먹을 자격이 업쒀~ 나 불합격했어~"라고 하니까, 아빠는 빙긋 웃으시며 "경험한 걸로 치면 되지."라고 위로하신다.


엊그제 송년모임에서 들은 미어캣이라는 인디가수분의 노랫말 중에 "공부해라 대학가라 취직해라 결혼해라 애 낳아라"라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저항하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그 노랫말을 들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했다. 살면서 부모님한테 한 번도(내 기억에 의하면)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나팔관 친구들과 몇몇 지인들에게 대학원 불합격 소식을 알리자 함께 안타까워하고 나를 위로해 줬다. 그래서 괜찮아졌다. 이번엔 지원서만 대차게 냈는데 다음번엔 논문 실적도 첨부하고, 교수 컨택도 하면서 다시 잘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며 남은 청소년상담사 자격증 면접 준비와 논문 마무리로 한 해를 마무리해도 사실 아주 훌륭한 한 해이기는 하다.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전쟁으로 취소되어서 여행비용을 돌려받게 되신 아버지는 저녁식사를 먹으면서 그 비용으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셨다. 불합격에 대한 실망감에 빠질 겨를도 없이 연말 가족여행 장소를 연신 물색했다.


언제나 가족과 친구와 이웃들은 내 다행감의 가장 큰 원천이다. 불합격은 있었지만 실패도 좌절도 없었던 하루다. 오히려 다음번 입시 재도전을 위한 투지가 더욱 타오른다.


달꼬마, 애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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