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길벗과 함께라서
한 달 반 만에 감사노트를 다시 열었다. 좋은 일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걸 되새겨볼 만큼의 심적 여유는 적었나 보다.
오늘은 남자친구에게 광화문 교보를 가자고 했다. 그저께 업데이트된 알릴레오북스에서 유시민 작가가 추천한 <침팬지 폴리틱스>를 사기 위해서다. 책의 후반부에 대한 영상은 다음 주에 공개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못 기다리겠다.
집 근처 중국집에서 짬뽕밥과 간짜장을 흡입하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발 빠른 교보문고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재고를 넉넉히 가져다 놨다. 재고를 20권이나 보유 중이었다. 책만 얼른 집어 들고 나와서 남자친구를 졸랐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노무현시민센터를 가자고 했다. 걷는 걸 싫어하는 남자친구를 설득해서 조계사를 지나 안국동으로 가는 길이었다. 전부터 궁금했던 템플스테이홍보센터에 들어가 보자고 했다. 안내원의 친절한 설명을 다 들은 우리는 다음번 여행테마를 템플스테이로 결정했다. 내친김에 건너편 조계사 안으로 직접 가보기로 했다. 이번엔 남자친구가 제안했다. 절은 여러 번 가봤지만 조계사는 처음 들어가 봤다. 마침 5월을 앞두고 연등이 머리 위로 오색찬연 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조계사 안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한참을 앉아서 쉬다가 다시 노무현시민센터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외관은 다소 때가 탔지만 내부는 매우 세련되면서도 다정한 분위기를 지녔다. 1층에서 지하 2층을 내려다보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구입한 물품을 들고 줄을 서 있길래 궁금해서 가보니 가수 하림이 사인회를 하고 있었다. 그의 음악을 잘 모르니 일단 그냥 패쓰;;
건물에는 강연장과 스튜디오, 공연장 등이 있었고 시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과 카페와 휴식공간 등이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기념품샵에서 남자친구와 나의 방문기념 마그넷을 하나씩 사고 안국동 김치짐 맛집에서 마지막 일정을 마쳤다.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나간 길이었는데 하루가 꽉 찬 당일치기 여행이 되고 말았다. 이 여정을 함께 누리며 기뻐하는 연인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