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박지를 담그며 감사
템플스테이의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김치를 담그고 밑반찬을 만들었다. 아주 오랜만이다.
그동안 여러 방식으로 식이조절을 해왔지만 내게 있어 가장 밥다운 밥은 한식이고, 한식을 먹을 때 정서적인 만족감도 컸던 것 같다. 템플스테이에서 밥과 국과 반찬을 꼭꼭 음미하며 먹는 법을 다시 익히고, 주말에 바로 부모님 댁에 내려가서 엄마의 밥과 반찬들을 고루 먹으며 배운 바를 실천했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아주 오랜만에 나를 위한 반찬과 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한 끼 후다닥 해치우는 게 아니라 조금 번거롭고 피곤하더라도 수련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있으면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손에 쥐고 와식생활을 하기 마련이었으니 차라리 잘 됐다.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맛있어서 된장 좀 나눠달랬더니 마트에서 파는 된장찌개양념 사면 된단다. 집으로 와서 경력 45년의 주부도 선택한 치트키, 아니 된장찌개 양념을 따라 사서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오이탕탕이와 시금치무침, 가지볶음과 버섯볶음을 만들어 한 끼를 먹었다. 나를 아주 잘 대접한 기분이다. 설거지가 산처럼 쌓였지만 도를 닦는 마음으로 그릇을 닦은 후, 무 2개를 손질해서 섞박지를 만들었다. 김치 담그기는 앞으로 밥을 잘 차려 먹겠다는 신호탄이다.
불경기에 인플레도 너무 심해져서 외식값도 계속 오르고, 폭식과 유튜브 등 도파민에 절여진 내게 한식 밥상 차려먹기는 여러모로 괜찮은 도전 같다.
된장찌개 치트키를 알려주시고,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늘 풍성한 밥상을 차려주시는 엄마께 더욱 고마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