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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밈 Sep 08. 2019

11.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운 당신에게

독서모임이 끝난 후에

처음으로 독서모임을 다녀왔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모임을 신청하였다. 내가 고르는 책들은 한정적인 취향 탓에 다 비슷비슷하지만 독서모임에서는 몰랐던 유익한 책들을 여러 권 추천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은 다들 좋아 보였다. 다른 취미 모임과는 다르게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말하는 시간이 많으니, 처음엔 말하기 전에 많이 떨렸다. 어디서 나의 생각을 맨 정신으로 이렇게 진지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경험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질문이 들어오면 마치 면접을 보는 기분이었다. 재치 있고 간결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말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말하고 듣고 하다 보니 분위기에 점차 적응되었다. 첫날이다 보니, 독서모임 후 간단한 게임들을 하고 밥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도 하였다. 그런데 독서모임이 끝난 후, 한 고민이 시작되어 잠을 이루기 쉽지 않았다.






나는 사람이 4명 이상 모여있는 자리를 불편해한다. 일단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대화 주제를 찾아야 하고, 여러 명이 말을 쏟아내니 진짜 나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렵고 적절한 드립을 치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어려워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만 된다. 혹시 괜히 말해서 분위기를 깰까 봐, 재미없는 말만 늘어놓게 될까 봐 그냥 웃고 맞장구만 치게 된다.


그런데 그런 내가 낯선 사람 열몇 명이 모이는 독서모임에 들어가다니. 집에 돌아와서 오늘 하루를 다시 되짚어보았다. 아, 왜 그때 그렇게밖에 말을 못 했을까. 왜 더 리액션을 하지 않았지. 내 이야기를 더 해볼걸. 모든 순간이 후회가 되었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였다.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렵다. 1대 1의 상황이 아니면 더더욱. 밀려오는 파도를 지켜보다 자연스럽게 파도 위에 올라타 바다의 흐름을 느끼는 서퍼들처럼, 대화의 흐름을 캐치하고 유연하게 그 흐름에 올라타 말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한 순간 집중하지 못하면 대화의 파도에 휩쓸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풍덩 빠져버리게 된다.


낯선 이들을 여러 명 만날 때 특히 어려워한 점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나에 대해 얼마나 말하고 표현해야 할까? 괜히 안물 안궁인데 TMI를 쏟아내는 건 아닐까? 상대방에게 농담은 어느 정도까지 해도 될까?


마음속 깊숙이 숨겨둔 소심함이 방울방울 올라와 대화의 파도에 올라타려는 나를 방해하였다.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여러 명의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새벽녘 얻게 된 두 가지 작은 깨달음이 있다.


첫째, 나는 그냥 나다.


그냥 나답게 행동하면 된다. 이게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요? 전 세계 77억 명의 온갖 인간 군상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세상이다. 같은 성격의 사람은 없다. 심지어 쌍둥이들도 성격이 다르지 않은가. 고민하지 말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자. 소심하다면 소심한 대로. 내가 이런 성격인걸 어떡해.


이 세상에 나는 나밖에 없다. 그 누구도 내 인생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전 세계 77억 명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생각해보자. 정말 특이한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착한 사람도 있고 무한 긍정인 사람도 있고 소심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그럼 나는? 나는 나로서 그냥 살면 된다. 내가 말 한 마디 내뱉는다고 해서 별나면 얼마나 별난 사람이 될 거라고, 남에게 피해만 안 주면 되지 뭐!


그럼 나로서 살면 되는 건 알겠는데 지금의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나? ‘나는 이런 성격이 마음에 안 들어요, 바꾸고 싶어요’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빈 노트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하나하나 적어보자.


예를 들어,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들의 말에 농담도 하며 잘 받아치고 싶다.

나는 사람들이 건네는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웃으며 리액션해주고 싶다.


하루아침에 변신하듯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적어가며 구체화해보면 조금 더 뚜렷하게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질 것이다.


그럼 매일 조금씩 노력하면 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오늘 조금만 더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모든 말과 행동이 모두 바라던 대로 바뀌어져 있을 거다. 중요한 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 되지 않는다고 바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나 같은 경우는, 회사나 모임에서 옆 사람이 뭐라고 말을 하면 ‘아 네~, 진짜요?’ 같은 형식적인 리액션에 그치기보다 웃으면서 그 다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질문을 하나씩 던져봐야겠다. 그리고 하고 싶은 농담이나 말이 있으면 눈치 보며 할까 말까 망설이지 말고 하루에 하나씩 해봐야겠다. 그 말을 하고 나서 분위기가 썰렁해질까 봐 두렵다고? 그럼 웃으며 빠른 사과를 하면 된다! 그러면 다시 분위기는 넘실대며 흘러가고 아무도 당신을 탓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파도를 무서워하여 타보지 않으면 모래사장에서 바다를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럼 그냥 제3자일뿐 절대 파도와 함께 놀지 못하고 파도타기의 재미를 느낄 수도 없다. 사람들과의 대화도 똑같다. 대화의 흐름을 계속 타봐야 감도 익히고 더 잘 탈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혼자서 입에 꾹 담고 있으면 그 말이 사람들을 깔깔 웃게 만들지, 썰렁하게 만들지 전혀 알지 못하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파도를 타보자. 한두 번 넘어지더라도 점점 대화의 파도타기에 능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한 가지씩 만이라도 실천하며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려고 노력하다 보면 빗방울이 모여 시내를 이루고 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가듯, 넘쳐흐르는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낯선 사람들을 처음 만난 모임에서 상대방이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행동들이 있을 것이다. ‘너무 어색한데 저 사람이 나한테 말 한마디 먼저 걸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웃으며 반응해주면 좋겠다.’ 등등.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나도 누군가에겐 그저 낯선 타인이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해주길 바랄 수는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도 똑같이 그렇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이들은 보통 자신에게만 몰두하여 그 생각에 갇혀 있으므로 이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받기만 할 수는 없다. 명심할 건,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방도 바랄 것이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따뜻한 말과 반응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을 믿자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소심해진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 반응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말을 할 때마다 망설여지고 주저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상대방이 말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나? 냉소적인가? 아니, 전혀 아니다.


그럼, ‘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당연히 귀담아듣고 공감을 표현하지.’라고 생각하면서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거야’라고 단정 짓는 건 나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생각이며 상대방에 대한 기만이다. 상대방도 나와 같다. 그들도 나와 같이 누군가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들을 믿고 나를 거리낌 없이 보여주고 이야기하자.








하지만 생각과 실천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지 않은가. 한 순간의 깨달음이 앞으로의 행동 전부에 영향을 끼치긴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우리가 매년 새해 결심을 세우듯, 하루하루 또 다짐하며 단 한 가지씩만이라도 실천해나가면 된다. 오늘 하루,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 한 번씩만 극복해나가자. 소심한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스트레스를 필요 이상으로 받고 있으면 조금씩만 노력해보자. 어느 순간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당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일단 나부터 노력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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