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나를 되돌아보는 것(feat. 요즘펭수로힐링중입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2019년 10월 즈음, 소중한 관계 하나가 끊어지면서 모든 것에 의욕을 잃어버렸다. '정작 소중한 것을 지키지도 못하는데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쓴다고 내 삶이 변화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글을 쓰는 건 내 삶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건 감정을 쏟아낼 공간이 필요해서지, 결코 좋은 글을 써보겠단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으니깐.
일기장에 비공개로 풀어써도 되는 걸 굳이 공개적인 곳에 글로 써 내려가는 건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제발 공감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작은 절규였으니깐. 그 가냘픈 위로에 힘든 하루하루를 기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악플을 받고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니, 더 이상 브런치에 힘들었던 하루를 써 내려가기 싫었다. 좋은 글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내 하루하루는 인스타에 올라오는 사람들처럼 완전히 행복하지만은 않으니까. 거짓된 마음으로 글을 쓸 수는 없었다. 엉망이 되어버린 마음으로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글을 쓸 수 없었다. 글로도 거짓말을 못하는 나였다.
내가 유일하게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 이곳이었는데, 글을 쓸 때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니 마음이 불편해져서 이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다시 글을 써보려 한다. 아직 나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고 그럼에도 또 다른 세상과 일을 꿈꾸고 있으니깐. 이것이 글을 쓰기 시작한 가장 첫 이유였고 이런 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으니깐. 그리고 글을 쓰지 않는 이 순간에도 깊이 파묻힌 이 공간을 어떻게 알고서 찾아와 하트와 댓글을 남기고 구독을 해주는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들이 너무 감사해서 모른 척 있을 수가 없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힘들면 힘든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진지하면 진지한 대로 생각을 글로 풀어내면 된다. 그렇게 나는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