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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밈 Dec 12. 2020

20. 서른을 떠나보내며

넷플릭스 드라마 '겨우, 서른'을 보고 난 후

얼마 전, 넷플릭스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의 마지막화를 끝냈다. 43화까지 있는 긴 호흡의 드라마였지만 한 화당 40분밖에 되지 않고, 전개가 빨라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하여 숨 돌릴 틈 없이 드라마를 정주행 하였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서른 살을 맞이하는 여자 셋이다. 상하이에서 럭셔리 브랜드 판매사원으로 일하는 친절하고 아름다운 만니, 불꽃놀이 사업을 하는 남편 옆에서 똑 부러지게 내조하는 독립적이고 배려심 깊은 구자, 방송국 편집자 남편과 결혼한 백화점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귀엽고 착한 샤오친.



여자 세 명의 우정과 사랑, 한국과 별반 다름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결혼 갈등, 찐 부자와 일반 중산층의 차이, 솔직하지 못한 부부의 갈등과 이혼, 낯선 대도시에 홀로 사는 이방인의 애환, 사회생활 중 문제가 터졌을 때 대처하는 자세, 곤경에 처한 사람을 마주하였을 때의 자세, 서른을 맞이하며 선택한 또 다른 삶의 길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고 일본 드라마처럼 작위적 연출, 감정과잉, 교훈 주입이 없고 한국 드라마처럼 사랑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져있지도 않다. 정말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실타래처럼 펼쳐진다.




나도 올해 주인공들처럼 서른 살을 맞이하였고 이제는 벌써 떠나보낼 때가 다가왔다. 하지만 정작 나의 시간은 처음 직장에 발을 들인 25살 12월, 그때에 멈춰져 있다.


벌써 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 이후로 변한 것은 없다. 스물여섯, 스물일곱... 그리고 서른인 지금도. 나는 그때와 똑같이 직장에서 희로애락을 겪고 있고 5년 사이에 뛰어난 특기가 생긴 것도 아니며, 온 정신을 쏟을 만큼 재밌는 취미가 생긴 것도 아니다.


5년 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정작 나를 변화시킨 것은 없다. 그것은 5년이라는 세월 동안 내가 어느 것에도 몰두하지 못하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이는 서른이지만 아직까지 내 나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곧 다가올 미래이지만 낯설기만 하다.




드라마 '겨우, 서른'의 마지막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만니가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이런 말을 한다. 마치 카메라 너머의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처럼.


인생은 편도여행 같아.
특정한 숫자가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갈 속도와 멈출 순간을 정할 수 없어.


여자 나이 서른.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렇다고 요즘 시대에 많기만 한 나이도 아니다. 이제 정말 3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욱 성숙한 내면을 다지고 인생의 한 챕터를 새롭게 써볼 때이다. 30이라는 숫자가 인생의 마라톤을 뛰고 있는 나를 뒤로 붙잡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을 순 없다. 그저 이 또한 지나치는 숫자이며, 우리는 10살, 20살에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뛰어왔던 것처럼 앞을 향해 뛰어가면 된다. 새롭게 두려워할 것도 없고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내 앞에 주어진 길을 묵묵히 뛰어가면 된다.



그럴 때 있잖아.
같은 곳에 있으면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거.
그럴 때 있던 곳을 떠나면 50%의 기회를 만날 수 있어.

더 나빠질 확률도 반이 있지만
더 좋아질 확률도 반이야.


드라마 '겨우, 서른'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이다. 우리는 살던 대로 살 건지 또 다른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삶은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것이 아닐까. 기대되지 않는 삶은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 오늘의 행동과 실천이다.


나이에 얽매여 모든 것을 멈추어버리거나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망설인다면 나는 어제와 다름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서 지금 내가 했던 생각을 그대로 되풀이할 것이다. '아, 내가 나이 60이 되었어도 제대로 된 특기 하나, 취미 하나 만들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흘려보냈구나.'하고 후회할 것이다.


나이 서른.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20년 동안 몰두할 수 있는 특기와 취미를 개발할 수 있다. 비단, 특기와 취미 개발이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 위한 선택을 한다 해도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다. 나이에 발목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시간만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의 삶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다. 과거일 뿐인 세월의 시간 속에 나의 현재와 미래를 저당 잡히지 말고, 오늘도 내일도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을 스스럼없이 고 기록하자.





미리 겁먹고 안주할 필요 없다.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나와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결국 다 해내게 되어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친절히, 온 진심을 다해 살면 우주의 기운이 어떻게 해서든 도와줄 것이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라도 해보면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는 몰라도 정말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서른하나라는 숫자를 맞이할 때에는 조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더 밝고 적극적인 자세로 세상을 탐험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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