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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출 Jan 02. 2019

희망을 짓고서

김형하

  

  

후후, 지난날이 미워서가 아니야    

후유, 오늘이 만족해서도 아니야       

하, 내일이 궁금해서야

기억과 망각보다는 상상에 투자하겠네

인연을 어찌 잊을까마는      

세상이 블랙버드*처럼 지나갈까 봐 끔찍하고

사람이 안드로이드와 결혼할까 봐 끔찍하고

복제인간들 세상이 올까 봐 끔찍하고

내가 나를 몰라볼까 봐 끔찍하고

지구가 우주를 떠날까 봐, 끔찍하다

매 순간 가능성이 있다 나는, 사라져도

상상이란 얼마나 끔찍한 희망인가를…. 봐라  

기억과 망각에 구속된 자유를 펼쳐놓고     

나는 상상에 붉은 희망을 걸었네

삼백예순다섯 개 달린 빛과 그림자와 사귀면서      

산마루에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을 맞이하며

희망을 짓고서, 얼굴이 볼그레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검은 새  

-시집 『달거리』 문학의전당(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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