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머리로만 이해했던 이야기들
남들이 말하는 스타트업에 온 지 23개월 되었다. 만 2년 코앞에 두고 요즘은 매일 가까운 사람들에게 두 가지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1.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2.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나 뻔한 말. 사실 페북 쪽글이나 아티클, 자기 계발 도서, 경영도서, 유튜브 롱폼 숏폼 가리지 않고 수천번, 수만번은 익히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이 두 문장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더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정말로 꼭 2년이 걸렸다. 책 많이 읽으면 뭐 하냐 싶다가도 그래도 읽었던 글귀니 이제야 이해하는구나 싶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은 ‘들으면 좋다’가 아니다. 밥을 먹고 싶으면 숟가락을 들어라, 밖에서 걷고 싶으면 신발을 신어라, 상쾌하게 일어나고 싶으면 잠을 잘 자라 - 이런 수준의 당연한 이야기란 걸 이제야 조금 받아들이게 된다. 유저 인터뷰를 안 했던 것도 아니고 꽤 했는데, 그 시간들을 황금같이 알차게 보낼만한 태도가 안되어있었다.
실패도 마찬가지. 지금의 팀을 맡으면서도 ‘그래도 난 잘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마찬가지로 책에서, 글에서, 영상에서, 강연에서 귀감이 되는 수많은 실패담을 듣고 ‘그렇게 안 하면 되겠네’ 생각만 하고 휘리릭 흘려들었다. 돌아보니 남들 하는 실수는 한 번씩은 빼먹지도 않고 다 했더라. 그래도 내가 직접 겪은 실수고 실패니 이제는 안 해야지 스스로 쓰다듬을 뿐이다.
사실 두 가지 모두 두려움 때문이란 걸 안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거절당하는 것보다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만큼 대시보드와 지표를 쳐다보는 게 몸도 마음도 편했을 거다. 커리어에 흠을 남기기 싫어서, 쌓아온 인정을 놓치기 싫어서,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손에 들어온 프로젝트를 모두 성공하고 싶어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적당한 시도를 하고 가다-서다-멈추기를 반복한 건 아닌가 반성한다.
업계의 표준이 된 도서 <린 스타트업>은 “가장 위험한 시도를 하라 “고 말한다. 왜 ‘위험’이라고 표현했을까? 커다란 시도가 아니라? 심지어 영어로는 risky가 아니라 dangerous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리스크를 감수하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영문은 그렇지 않아서 의아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두 단어는 대체로 번갈아 써도 의미가 통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굳이 나누어보자면 risk는 확률적으로 득보가 실이 크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으로 읽힌다. 반면 dangerous는 신체적/정신적 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한다. 감정적으로 무섭고 두려운 반응에 가깝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가장 위험한 시도를 하라”는 문장의 행간은 ‘두려움을 즉각 느끼게 되는 dangerous 한 상황에 뛰어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동시에 그것은 생각보다 ‘risky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의역할 수 있겠다. 좀 더 편향을 담아 “실보다 득이 훨씬 클 수 있는 dangerous 한 시도”로 읽게 된다.
또 하나의 책 <인스타브레인>을 보면 우리가 두려움을 가지는 이유는 원시시대의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을 보고 독사의 출몰을 경계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내재화된 두려움이 작은 바람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도록 작동하고 자신을 막아서게 한단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희박한 사건이다. ‘굳이’ 두려워해봐야 본인 손해라고.
아무튼, 앞으로 사용자를 직접 만나서 영감을 얻고, 시도하고, 그리고 당연히 첫 시도에는 실패할 예정이다. 기쁘게 받아들이고 배움을 얻고 또 한 번 들이받는 시간을 꽤 보내게 될 것 같다. 두려워만 하다가 금쪽같은 이 시간들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