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더운 날엔 서로 꼭 붙어 있고, 추운 날엔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지낸다. 이유는 더운 날엔 다른 양이 시원할까봐 바짝 붙어있고, 추운 날엔 다른 양이 행여 자신의 체온으로 따뜻해지기라도 할까봐 뚝 떨어진다. 내가 얼마나 덥고 추운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이 더워하고 추워하는 것으로부터 희열을 느끼는 어리석은 동물들인 것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몰려다니면서 서로의 불행을 자초한다.
양들의 특성을 더 이야기하자면, 양들은 무척이나 더러운 존재인데 자기 스스로 더러움을 깨끗하게 할 능력이 없다. 시력이 나빠 눈앞에 뭔가가 어른거리면 그것을 좇아다니는 경향이 있는데다 바로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 것도 알지 못한다. 형편없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어서 잘 속아 넘어간다. 그렇게 때문에 육식동물의 표적이 되기 일쑤이고 진즉에 멸종하고도 남을 동물들이었다. 워낙에 이기적이고 제멋대로들이라 새끼 양들이 배가 고파 젖을 물려고 하면 매정하게 뿌리치고, 각자 자기 먹이 찾는 것에만 정신이 팔리는 각자도생의 동물이다. 그러다가 죽음이 다가와서야 비로소 온순해진다.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양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들이 인간을 닮은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가장 우둔하고도 어리석은 양들을 닮은 것인지.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리석은 것들의 모습은 서로 꼭 빼닮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양도, 인간도 일찌감치 멸종하고도 남을 동물들이었으나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양은 인간들이 앞에서 끌고 개들이 뒤에서 몰면서 어디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인간의 세계에서는 제도로, 법으로, 그리고 공동체 의식으로 어떡하든 이 세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돕는 자가 있거나, 서로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