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곳은 많고 많은 데 왜 아프리카를 갔을까
남편과 내가 아프리카를 간다고 지인들과 직장에 말했을 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프리카를 간다고? 대단하다!" 혹은 실제로 이렇게 물어본 사람들도 있었다.
"아프리카요? 거길 왜 가요?"
"왜 하필 아프리카를 가요?"
그냥 나랑 남편이 좋아하는 게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 부부 버킷리스트예요!"
아프리카 여행기(고작 열흘 남짓이지만)를 쓰려고 하니, 우리가 왜 아프리카를 가게 되었는 지부터 풀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시작해 본다.
우리는 연애할 때부터 취향이 참 잘 맞는 커플이었다. 좋아하는 게 많이 겹쳤는 데, 강아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가장 큰 교집합이었을까 싶다. 어느 날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을 함께 보았던 게 떠오른다. 오로지 동물이 주인공이어서 풍경 없이 동물 자체만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사진들이었는 데, 우리는 정말 즐겁게 전시를 감상했다. 마지막에 동물에게 기부되는 팔찌를 커플로 샀던 기억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동물을 정말 좋아하는 커플이 2년 뒤 결혼을 하는 데, 신혼여행은 너무 당연하게 '아프리카'가 되었다. 드넓은 초원에 가지를 멋지게 뻗은 나무가 듬성듬성, 그 아래 사자든 얼룩말이든... 키햐-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보던 아프리카 사파리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로망이 통했던 운명적 만남...
남편은 약 10년 넘게 사진 취미를 이어가고 있는 데, 세렝게티 사파리 사진 찍을 상상에 더 설레했다. 카메라도 전부 세렝게티에 맞춰 바꾸고 엄청 큰 대포 렌즈도 샀다. 앞으로 소개될 글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사진은 모두 남편 팡 작가의 사진이다.
그때는 아프리카 여행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많지도 않아서 정보가 정말 적었다. 유튜브를 본 적도 없고 찾아볼 생각도 못했던 시절.. 네이버 검색으로 아프리카 여행만 전문으로 하는 한국투어 업체가 있는 걸 알고 웨딩박람회의 아프리카 여행 업체로 바로 직행했다. 웨딩홀이나 스드메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국투어업체를 통해 숙박을 포함한 사파리 투어를 예약하고 항공도 거기서 알려준 대로 예약했었다. 그때는 케냐에서 세렝게티를 가는 일정이었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케냐와 탄자니아에 두 국가에 걸쳐 있다.)
그때가 2020년. 6월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우리보다 며칠 먼저 출발한 여행자들이 아프리카 공항에서 입국을 못하고 대기만 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소식. 그렇게 우리의 신혼여행, 아프리카도 모두 취소되었다. 당시에는 상황이 안 좋아서 취소 수수료도 다 우리가 부담하고 환불이 되지 않았다. 한 1년에 걸쳐 조금씩 받아서 대략 100만 원 정도의 손해로 그쳤다.
그 후, 아프리카 여행을 다신 못 갈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도 남편도 언젠가 가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 조금 길게 여행 갈 수 있는 일정이 생기면 어김없이, '아프리카 갈까?'하고 매년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 그러다 2024년 12월 마지막주, 약 12일 정도를 여행 갈 수 있는 기간이 생겼다.
여보! 이젠 정말 아프리카를 가자!!
각자 회사에 연차 승인을 받고 바로 아프리카 항공권을 예약. 주변 지인들과 회사사람들은 대부분 아프리카를 왜 가는지 참 궁금해했던 것 같다.
그래서 도대체 왜 하필 아프리카를 가냐면요. (본론 시작..)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옆집, 윗집까지 너도나도 다 가는 곳은 이제 안 궁금하니까!
결혼 전에는 나도 남편도 해외여행을 많이 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매년 한 두 군데 같이 여행을 다니다 보니 가본 나라가 10개국 정도 되더라.. 다녀보니 느낀 점은, 한국인들 가는 곳 거기서 거기고 내가 찍은 인생샷을 몇 개월 후 내 친구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시간을 갖고자 하는 여행인데, 너도나도 가본 곳을 다니는 것보다 예측하기 어렵고 상상하기 어려운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여행지 가서 돈돈돈 하고 싶지 않다.
내 남편이 매일 나 쿠팡에서 뭐 주문하면 그렇게 돈돈돈 해... 유럽 물가 생각하면 솔직히 차라리 국내식도락여행이 낫지 싶을 정도다. 나도 남편도 완전 한식 파여서 스위스 여행 6일 동안, 출국하는 당일 어쩔 수 없이 햄버거(2인 6만 원) 빼고 모든 끼니를 에어비앤비에서 해 먹었다. 돈도 아끼고 먹고 싶은 한식을 스위스 마트에서 재료 사서 해 먹는 재미란! 스위스 레스토랑 한 번도 안 가본 후회? 조금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우리는 아껴살아야 하는 젊은 부부고 미식가도 아니고 비싼 가격만큼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도 팁문화가 있고(유럽인들 덕분) 왔다 갔다 경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현지 물가는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다. 흥정을 잘한다면 더 유리하고!
여행하며 취향이 더 명확해졌다. 여행으로 내가 얻고 싶은 것.
높은 건물, 빌딩보다는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 구경이 더 재밌다. 도시로 갈수록 사람 사는 게 한국과 비슷하다. 그리고 내가 여행에서 깨닫고 싶은 건 사실 그런 거다. '세상은 넓고 나는 아주 조그마해. 그러니까 우리 대충 살자.' 매일 매시간, 너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다 상처받고 지치는 우리 내 삶에 여행이 주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여행지에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큰 구름, 작은 새, 석양 같이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는 순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하늘이 많이 보이고 조금 더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곳에서 내 생각이나 내 느낌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다. 나는 그렇다.
그래서 일상에서 보기 힘든, 그리고 내가 매일 맞이하는 한국과 많이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굳이 말해 보자면 그런 것들 이겠지만, 사실 나도 무조건 아프리카를 가라! 설득할 수 있을 만한 대단한 이유가 있진 않다. 그냥 난 아프리카가 멋지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멋지지 않아요?
모두 내가 눈으로 본 풍경들이다. 멋지다고 생각하면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 ���
아님 말고!
아마도 아프리카를 꼭 가보세요! 할 만한 이유는 앞으로 쓸 여행 기록에 더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아프리카에 가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브런치북으로 잘 기록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