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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면 좋겠다 했지만.. 아기 성별 공개!

임신 중기 : 23주 0일차

by 토토

늦은 성별 이야기. 안 올 것만 같던 20주가 지나고 오늘로써 벌써 23주가 되었다.




11주 차 6일에 3D 초음파를 봤었는 데, 성별을 알 수 있는 그 부분에 동그란 모양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라고 초음파 도중에 팡민이에게 크게 말했는 데,

“아들인가 봐!”

서진을 보면 다리 사이 부근에 동그란 모양ㅎㅎ 근데 3D 초음파는 성별 구분 못한다는 말도 많이 있다. 그냥 초음파가 더 정확하게 보인다고.


팡민이는 저 동그란 걸 보고도 아직 모른다 없어질 것 같다고 했었다. 딸이길 바라는 강한 신념인 걸까..ㅎㅎㅎ


11주~16주 차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각도를 봐달라는 글이 엄청 많다. 저 동그란 모양의 각도를 가지고 각도법? 같은 식으로 부르면서 없어질 꼬리인지 아니면 고추가 될 모양인지를 추측하는 거다.

임신 11~14주 사이의 태아는 성기 모양이 아직 명확히 분화되지 않았지만, 성기의 위치와 각도를 통해 남녀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초음파 사진에서 태아의 **등뼈(척추)**와 생식기 돌기(nub) 사이의 각도를 측정합니다.
30도 이하: 생식기 돌기가 척추와 거의 평행하거나 아래를 향해 있다면 여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30도 이상: 생식기 돌기가 위로 솟은 각도로 보이면 남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팡민이가 각도법 검색을 엄청 하면서 여러 사진들 비교해 보고 유민이 딸이라고 계속 강조했었다. 아빠들은 왜들 그렇게 딸이 좋은지.


그런 팡민이에게 내가 한 말이 있는 데, 내가 지금 아빠한테 살갑게 잘하냐 봐라 딸들이 다 그렇지가 않다고.


사실 아빠랑 스무 살 초반까지만 해도 사이가 참 좋았다. 어릴 때는 언니는 엄마 편 나는 아빠 편 하기도 했고 사회초년생 때는 아빠에게 전화로 한 시간씩 직장 고민 상담도 많이 했다. 그리고 아빠가 아프시면서 슬프고 애틋함이 강해져서 잘해야지 잘해야 지하는 마음으로 자주 연락하고 병원도 같이 다니고 했다.


아빠가 아프시고 엄마랑 이혼도 하고 많이 외롭고 힘든 그 마음을 딸들에게 매일같이 전화해서 많이 풀으셨다. 그 기간이 약 4-5년 되어가며 딸들은 정말 많이 지쳤다. 우울하고 힘든 이야기들, 아무리 응원하고 위로해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점점 아빠 전화가 화면에 뜨면 받기가 싫었다.

그 모습을 팡민이도 자주 봐서 알고 있다.


그런데 팡민이가 하는 말이,

“그래도 나랑 누나 있으면 엄마는 항상 누나랑 전화통화 더 하고 더 자주 만나고, 부모랑 더 가까운 건 결국 딸이야. 아들 하나도 쓸모없어.”라고 하는 것.


나는 팡민이 같은 아들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유민이가 아들이길 바랐었다. 근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아들보다 딸이랑 친한 경우가 더 많은 거 같긴 했다. 팡민이 말은 엄마랑 친구 해주는 건 딸이니까 딸이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딸이었으면 했다는 게 고마웠다.


사실 부모에게 잘하라고 부모에게 살갑게 하는 자식을 바라는 것도 다 부모 욕심이다.

딸이든 아들이든 자식들은 그냥 어린 시절 크는 모습 함께하며 엄마아빠에게 주는 행복한 추억. 그걸로 모든 효도를 다 한다고 했다. 커서는 자기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면 그게 효도라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고 그러길 바라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엄마아빠 둘이서도 행복한 부모님이 되어서 자식 걱정 안 시키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의지가 되고 기쁜 일 있을 때는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는 그런 가족이 되어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결국, 유민이는 딸이 맞았다. 다리 사이에 매끈하게 아무것도 없다. 딸이라고 하니 아들이 아쉽고, 근데 아들이라고 했으면 더 아쉬웠을 것 같은 기분?ㅎㅎ



우리 유민이가 딸이라고 하니가 팡민이 주변에 친구며 직장동료들 모두 팡민이를 엄청 부러워했다. 어떤 친구는 만나기만 하면 좋겠다 나도 딸이면 하고 자주 얘기해서ㅎㅎ 딸이 좋은가 보네 딸이어서 다행이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빠들은 참 왜 저렇게 딸이 좋은지.


나는 검사에서 고위험도 한번 나와보고 하니 이제는 아들이든 딸이든 건강한 게 최고라는 생각이 크다. 아들이나 딸이나 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함께하면 그게 최고다!


다음 주면 임당검사에 정밀초음파로 유민이를 만난다. 거의 마지막 시험일까 싶지만, 임신 기간 내내 그렇게 걱정 없는 날들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 딸이니 아들이니 뭐가 중하겠나.




유민이 19주 5일 차에 보러 간 초음파

초음파를 보면 머리둘레, 배둘레, 허벅지 뼈길이를 꼭 재보는 데 유민이는 갈 때마다 1주 정도씩 평균보다 크게 측정된다. 1-2주 크기차이는 의미 없다고 괜찮다고 했다.


이제 얼굴이 형태가 많이 보인다. 코랑 입 위주로 보여줬다. 눈 쪽으로는 손을 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장기나 뇌나 얼굴이나 대부분 만들어져서 꽤 클 것 같이 생각되지만, 아직까지 400g이 안 되는 무게였다.


오늘로 23주 차 500g 정도로 늘었을 것이라고 한다. 다음 주에 유민이 보러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정밀 초음파에서 얼굴도 잘 보여주기를.




한 일주일 전부터 태동이 잘 느껴진다. 잠을 못 자고 할 정도는 아니고 배안에서 귀엽게 쿡쿡 찔러댄다. 오늘은 딸꾹질 같은 것도 느껴졌다.


배도 많이 부르고 배 안에서 유민이가 움직이는 것도 느껴지는 데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참 실감이 안 난다.

정말 내 배에 아가가 크고 있다니, 곧 만난 다니, 내가 엄마가 된다니..


임신 기간 동안, 여러 일들이 많았는 데 글을 쓰며 그간의 일들을 돌이켜보니 행복하단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유민아. 우리 건강하게 만나서 오래오래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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