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엄마가 되었다

내가 엄마라니...

by 토토

2025년 10월 9일 자연진통이 와서 신나게 산부인과로 향했지만, 내가 간 산부인과의 분만실은 자연분만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제왕을 유도하는 여러 말들을 들으며 18시간 진통, 5센티 열렸지만 결국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2025년 10월 10일 오후 3시 48분 나는 엄마가 되었다.


입원 내내 억울하고 우울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기를 품에 안고 싶었지만 내 배는 절대로 그럴 상태가 안되었다. 게다가 열이 나고 설사도 하는 바람에 나는 일반 제왕 산모들보다 하루나 더 아기를 안아보지 못했다.


아기가 내 배에서 열 달을 무중력 상태에 살다 세상 밖으로 나와 숨 쉬고 중력을 경험하며 불안한 그 순간에 엄마를 바로 만나지 못하고, 5일이나 투명 플라스틱 박스에 누워서 엄마가 아닌 사람들이 안아주는 품만 느끼고, 분유를 먹고...


너무 우울하고 긴 시간이었다. 근데 많이 울지도 못했다.

배는 일어설 때마다 장기가 쏟아지고 너무 아팠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울면 회복이 잘 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참고 계속 걸었다.


5일째 오후나 되어서 아기를 처음 안았다. 수유실에서 기다리던 아기가 왔을 때, 그리고 안아 처음으로 젖을 물렸을 때를 절대로 잊지 못한다.

그 상황이나 장면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고 그냥 그 감정이 아주 또렷하다.


내 아기, 우리 아기 이제 절대로 품에서 안 떨어질 거야. 엄마가 항상 함께할게 하고. 가슴에서 아주 뜨거운 감정이 복받쳐 오르고 눈물이 났다.

처음 간 수유실에서 아기를 안고 2시간을 있었던 것 같다. 놓고 다시 병실로 돌아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6일째 병원을 퇴원하고 간 조리원에서 바로 모자동실 24시간을 하겠다고 했다.

조리원에서 24시간 모자동실을 하며 우리 아기랑 계속 함께 있었다.

나는 몸회복 보다 마음 회복이 더 필요했던 거 같다. 마음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아기와 함께 있어야 했다.


모유수유를 할 때는 정말 행복했다. 2시간에 한 번씩 모유수유를 30분 이상 했으니까, 거의 1시간씩 밖에 잠을 못 자는 데도 나는 아기를 신생아실에 돌려보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그리고 2주 계약한 조리원도 6일만 보내고 퇴소했다.


집으로 돌아가 남편과 강아지들과 우리의 집에서 아기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날은 새로운 환경에 아기가 적응하느라 더 엄마를 찾았다. 그날만 16번 수유를 했던 것 같다.

모유수유는 50일까지 정말 힘들었다. 내 피가 쪽쪽 빨리는 딱 그 기분이었다.




오늘로 우리 유민이가 110일 되었다. 정말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유민이는 며칠 전부터 점점 밤중수유가 사라진다. 저녁 8시에 자서 아침 7시에 깬 날이 2번 있었다.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되었다. 내가 엄마가 되었다고 점점 더 느끼고 자각하게 되는 건, 아기가 있어서는 아니다.

온전히 내 생각, 관점의 변화 때문에 내가 엄마가 되었구나 느끼게 된다.



임신 전, 브런치에서 쓰고 발행하지 못한 글이 하나 있는 데, 25년 1월 12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 쓴 글이었다. 읽어봤는 데, 정말 놀랍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선 나는 매년 해가 바뀌면 나 자신이 선 자리를 둘러보고 실망한다.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니었어라고. 그리고 그런 나에게 다시 한번 실망한다. 열심히 살아온 내 하루들을 부정하는 나에게. 부정적인 글들이 늘어간다. 이십 대 때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았는 데도 긍정적이고 열정이 있었다.
지금 가진 것과 지금의 생활에서 어떤 것도 포기하지 못하면 이대로 평생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만족하지 못하는 건 뭘까? 내가 매년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1.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 기획도 디자인도 재밌다. 재밌는 일인데, 회사에서 하는 것은 재밌지 않다. 회사에서는 압박이 재미를 갉아먹는다. 자유도는 아주 적고 결국에는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이 재미있을 수 없다.
2.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이 뭔데 :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지만, 일하면서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지금 회사는 야근도 많고 일이 너무 많아서 퇴근하면 지쳐 아무것도 못할 멘탈이다. 출퇴근 시간이 4시간인데 4시간이면 정말 뭐라도 뚝딱 해낼 시간이니까.. 말 그대로 길바닥에 내 시간과 돈을 버리는 것이다.


오로지 나에 대한 고민만 있는 이 글이 놀랍다.

오로지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 지, 어떤 걸 하고 싶은 지에 대한 고민들.

이 글에는 정말 '나'밖에는 없다. 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고민하는 글.


지금 나와는 정말 다르다.

나는 지금 어떻게 하면 우리 아기와 더 오래 함께 하며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 있다.

아기는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에 엄마가 필요하다. 아직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기는 엄마를 찾는 다.


엄마를 찾을 때, 엄마가 없다면 아기는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아기가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에 대한 신뢰와 관계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나는 우리 아기가 불안하지 않게 살기를 바란다. 아기가 커서 부모나, 친구나 연인 없이도 스스로 안정되고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해서... 나는 충분한 사랑을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싶다. 아기가 커서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 인생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원한 적도 없었고 그렇게 선택한 적도 없었는 데...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해져 버렸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 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되었다.

나는 엄마로서 좋은 사람, 아기에게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다.



시간이 흘러서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이렇게 작고 연약한 아기를 그저 알아서 크도록 둘 수는 없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너무도 분명하게 보인다.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너무도 분명해서.


나는 엄마로서 내 아기에게 영원히 닳지 않는 사랑을 주고 싶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사랑받는 아이로 무럭무럭 자라나서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나는, 그 누가 뭐라 해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정말, 진짜 엄마가 되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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