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춤추고 놀면서 하세요.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언비트 에디터 천성민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공간 ‘코끼리, 베톤 브룻’과 ‘춤, 음악,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춤, 음악, 명상이라니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춤추고, 노는 것이 과연 명상이 될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이 주제를 선정한 저 역시도, 이게 과연 말이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이 두 가지를 바라본다면 노는 것과 명상은 완벽하게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일련의 경험을 겪으면서 최소한 저에게는 춤이 명상의 한 형태라는 인식이 생겼고, 몇몇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따라오시다 보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조금 이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 이야기를 읽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그럼, 언비트 세 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참고) 해당 콘텐츠에서 언급하는 모든 내용은 온전히 에디터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며, 여러분들의 견해 및 경험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함께 읽어주세요.
| 파트 One.
| 몰입, 상실, 그리고 극복
제 기억에 저는 어렸을 적부터 겁이 없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보호자도 없이 버스로 1시간 반이 걸리는 다른 도시를 놀러 간다던가, 현재 처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 가출을 시도한다던가 혹은 돈도, 인맥도 없이 군대라는 곳이 싫어 떠난 싱가포르에서 어떻게든 직장을 구해, 20대 초반의 1년을 보낸다던가. 대학 시절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요구하는 단체 기합에서 혼자 기합을 받지 않고 서있는다던가.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정말 대책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벽이 없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곧잘 인사를 건넨 후,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하고. 자주 가는 장소라면 그곳의 직원들과 친해지기도 하는 등, 밖에서 보면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남을 만들어 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었을 땐 걱정 아닌 걱정거리가 생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성민아, 넌 왜 한 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거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건넨 말이었기 그 말이 저에게는 나름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만들어가기보단 이제 한 무리의 친구들에게 ‘정착’하여 살아가보자라는 생각을 한 게 말입니다.
그렇게 한 해가 흐른 후 코로나-19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감염병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에게 그랬을 거라 예상하지만..) 저는 제 의지와는 상관없는 ‘만남의 단절’이라는 환경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저는, 전과 같이 새로운 것을 탐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보단 저에게 맞는 사람, 장소와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진짜 친한 친구, 편한 장소, 안정적인 직장과 오래된 연인까지 모든 것들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매 순간 제 선택과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여러 관계의 흐름 속에 이리저리 떠다닐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 덕분에 전에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은 한 사람에게 다양한 이점을 줍니다.
마음의 평화, 미래에 대한 확신,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감소 등 다양한 것들을 제공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 중도(한자) :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간을 지향하는 것
안정감에 기반한 깊은 몰입은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했던 깊은 몰입은 제 스스로를 제한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고착화된 생활 패턴으로 인해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이 지속되었으며, 또 만족감으로 인한 나태함은 성장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바뀌어야 한다. 달라져야 한다. 수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환경이 주는 안정감은 이 것을 포기했을 때 마주해야 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왔고, 그 두려움은 저를 반복되는 깊은 몰입으로 저를 돌려놓았습니다.
그 안정된 상태 속 변화의 바람은 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깊은 몰입과 두려움으로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제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모든 결과의 원인은 온전히 혼자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저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오랜 연인과 직장이 제가 변하기 전에 먼저 저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상실했습니다. 상실이 두려워 안정 속에 살길 선택했는데, 안주의 끝이 결국 상실이라니 아이러니한 결과였습니다.
이젠 진짜 변해야 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안정감을 주던 것들과 거리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갈 곳은 없었고, 만날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실 속에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뿐이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그 순간 찾아오는 건 내 행동에 대한 후회였고, 내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이제까지 해온 경험들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하는 그 모든 행동, 행위들은 완벽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어설퍼도, 어려워도 일단 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렇게 나를 다시 움직이는 것이 완벽하게 무언가를 해내는 것보다 중요했습니다.
상실의 아픔과 불안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정신없이 나를 움직이자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좋아했던 나, 그림을 좋아했던 나, 사진 찍는 걸 좋아했던 나, 글 쓰는 걸 좋아했던 나, 다양한 음악을 좋아했던 나, 사람을 좋아하고 또 하고자 하는 것을 하나 둘 이뤄내며 살아온 내가 말입니다. 상실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미래의 불안과 싸우며 지내온 3개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저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저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그런 기회. 감사하게도 그 기회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조금 더 찾을 수 있었고, 그것을 발판 삼아 유럽으로의 여행이라는 보상을 저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2주간의 긴 여행. 힘든 시간을 싸워온 제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하는 도전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유럽으로의 여행은 바뀌고자 마음먹었던 저를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외로울 때도 있습니다. 사람이니까. 쌓아온 것들을 버릴 용기기 필요했고, 버렸고, 그렇기에 외로운 순간들이 없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혼자여도 괜찮구나. 혼자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이 있구나. 아직 늦지 않았구나. 지금이라도 새로운 것에 대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고 감사하구나. 그렇게 느꼈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순간들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엔 여전히 여행 중입니다. 혼자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술을 즐기고, 춤을 즐기고,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기존의 친구들과는 함께 또 따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혼자보단 둘이 좋고, 여럿이 모여 삶을 공유하고, 그 공유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가기에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제 혼자여도 괜찮습니다.
| 파트 Two.
| 오늘도 군중 속 나를 발견합니다.
제가 지난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고,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보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즐기며 사람과 교류하고, 완벽함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사진 찍고, 그림을 그리고, 누구보다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큰 목표보단 지금에 집중해 한 걸음씩 내디뎠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혼자지만 혼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일을 시작한 후 일하고, 운동하며 할 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냈지만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혼자 여행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 시간을 살아가려면 말입니다. 그래서 나답게 차려입고, 집을 나와 클럽으로 향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클럽이라는 공간은 사람에 취해, 술에 취해, 노래에 취해 가둬두었던 일상의 자신을 꺼내어 흘러가는 대로 둘 수 있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두어 모든 걸 잃은 경험을 해보았기에 이번엔 다른 방식을 택했습니다. 익숙했던 공간, 사람들을 떠나 다른 걸 경험해 보기로.
홀로 새로운 클럽을 가고, 새로운 바를 가고,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여행하듯 세상에 나를 던졌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세상에 몰입해 보고자 나를 던졌는데, 그 흐름에 나를 잃는 것이 아닌 그 흐름에 올라탄 기분이랄까요.
춤추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고, 술에 취해, 흥에 취해 거리를 떠다니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습니다. 세상은 정신없는데 오히려 나는 선명해지고, 내 감정은 또렷해졌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게 명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명상의 정의가 무엇인지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명상 :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함
말 그대로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그 본질적인 것 이외 무엇이 더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듣고, 보았던 미디어에서 말하는 명상이란 조용한 장소와 음악, 정갈한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구글에 ‘명상법'을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검색 결과에서도 앞서 말한 요소들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었고, 다양한 명상법에 대한 책들 역시 동일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분명 그 사람들 수만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할 텐데 왜 명상은 다양하지 않을까요?
마음의 평화, 정신적 깨달음과 성장 등 명상이 주는 이점들이 분명하다는 것은 저 스스로도 알고 있었고, 명상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항상 명상에 대한 제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개월의 시간은 분명히 명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고, 변화하고 성장해야 할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게 미디어에서 말하는 명상법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정갈한 자세를 취하고, 저를 발견하기 위해 저에게 집중할수록 제가 마주하는 건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앞날에 대한 불안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한 장소에서 저에게 집중하기보단 집 밖으로 나가 세상과 연결되어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저에게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장소는 클럽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 춤, 공간을 가지고 있고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거 같은 새로운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지만 음악, 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벽 없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음악에 집중에 춤을 추는 순간에는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지만, 그곳을 벗어나 밖으로 나왔을 땐 사람들과 연결되었습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그만 놀아. 나이 먹었으면 정신 차려야지. 노는 거 지겹지도 않아?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그들이 저에게 말하는 모든 걱정들은 그만큼 저를 아끼기에 하는 말이라는 사실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권하는 삶이 내게 맞지 않고, 그들이 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나를 맡기는 것이 나에게 또 다른 힘겨움이 된다면 그게 정말 나를 위한 것일까요?
그 모든 말들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길을 찾겠습니다. 그것이 사회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내가 만족한다면 그걸로 만족하고, 후회 없이 살겠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아주 조금이나마 되찾은 방법은 나를 세상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닌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몰입해 나를 찾길 포기하고 세상으로 나가니 거기에 내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마주하게 다양한 가능성들에 기대됩니다. 무엇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제 앞에 다가올지 모르지만 현재를 살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를 찾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책, 뉴스, 유튜브 등 대중매체에서 말하는 것들만이 나를 찾는 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르쳐주는 방법에만 사로잡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진정 나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사회가 만들어 낸 틀을 깨야하고, 주변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이것이 과연 옳은 길인가 하는 나의 의심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찾은 방법이 저에게 맞는 길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걸로 족합니다.
여기까지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라면 아닐 수도 있지만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고 계실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맞다면 저는 여러분에게 자기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스로 고립시켜 자신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자기를 해방시킴으로써 자신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겪어온 이 길이 정답은 아닙니다. 아니라면 다시 찾아보면 됩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작게 조금씩 시작해 보는 것은 어느 방향이든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을 때 하시기 바랍니다.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는 것은 제 경험상 또 다른 우울과 불안을 가져다주었기에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방법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그걸로 이 글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을 하며 제가 추천하고 싶은 명상 포인트 두 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멀리멀리 돌아 이제야 이곳을 소개해드리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해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오로지 제 감에 의해 전달드리게 되어 매우 아쉽게 느낀다는 점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태원 코끼리(@kockiri_official)
|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우사단로 46 4층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이태원 ‘코끼리'입니다. 이태원역 3번 출구를 나와 직진하다 이태원 소방서 골목 세븐일레븐이 있는 건물의 4층에 위치한 이곳은 클럽이라기 보단 라운지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다양한 게이클럽과 바, 가라오케가 밀집해 있는 곳에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LGBTQ를 위한 공간이지만 음악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한 없이 입장 가능 합니다. 나무가 드리워진 넓은 테라스에선 자유롭게 흡연하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가족처럼 일하는 바텐더들에겐 그들이 서로를, 그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집니다. 그리고 기분 좋은 흥분을 주는 음악과 또 때로는 깊은 안정감을 주는 음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면서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 이태원 배톤 브룻(@betonbrutseoul)
|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보광로60길 17
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역시 이태원의 ‘베톤브룻’입니다. 하우스와 테크노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 곳이 제가 매일 다니던 거리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간판, 꾸밈없는 입구, 자세히 들여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곳은 저에게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인상 깊었던 점은 그 입구를 지나 공간 속에 들어왔을 때였습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이태원 한가운데, 옛 모습을 간직한 한옥 구조는 그대로 살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테리어와 넓은 마당을 가진 공간은 오랜 시간 이태원과 함께 했으나 변해가는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는 저를 달래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곳의 마당에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벽이 없이 어울리고, 실내에선 음악에 몰입한 사람들이 신나게, 정신없이 춤추고 있던 그 모습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두 곳 모두 정신없이 빠르고, 강한 비트를 가진 음악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클럽이라고 하면 상상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닌 귀를 편하게 해주는 사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자주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저에 대해 고민했고,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직도 저를 발견하는 중이지만 이 공간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제 발견을 통해 여러분의 발견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만 이곳을 방문하시게 된다면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을 세상의 틀에 가두지 않는 것은 중요합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만큼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부응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선 스스로에 대한 깊은 몰입과 절제되지 않은 자기표현으로 공간을 방문하는 다른 이들을 방해하지 않고, 그 공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이 여러분의 발견에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언비트 에디터 천성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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