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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mune Jul 06. 2022

내 안의 콘텐츠를 발견하는 법 1: 쓰기

내 안의 창조성 일깨우기


돌아보니 팬데믹을 겪으며 아이와 둘이 집에 있으면서 별짓을 다 했었다. 집안에 텐트를 치기도 하고, 아이의 망고주스와 내 커피를 부딪히며 건배도 하고, 중고 미끄럼틀과 그림책을 들이는 등 집 안에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했다. 아이와 하루 종일 같이 있다는 것은, 나름 산전수전 겪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아주 힘든 일이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바로 '콘텐츠 부재'. 생각해보면 하루 24시간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하며 살아 본 적이 없었다. 매일 주어진 일과 해야 할 일을 해치우고 집에서 학교로 다시 집에서 회사로 자리를 옮기기에 바빴던 삶이었으니까.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정지되고 아이와 함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니, ‘아 내 안에 콘텐츠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Better Me

지난해, 아니 지지난해 사직 이후부터 나는 이미 나를 다시 발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있었다. 그 시작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었다 해도. 연초부터 만다라트 형식으로 ‘더 나은 나’에 대해 고민했다. 만다라트의 중심에는 보통 프로젝트나 구체적인 시기(연도)가 적히기 마련인데 나는 고민 없이 ‘더 나은 나(Better Me)’라고 적었다. 그것이 내 진심이기도 하고 간절한 바람이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전업 육아 중이긴 했지만 그 현실을 뒤로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담아 만다라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중심부터 8가지로 번져나가는 수많은 계획들을 술술 채울 수 있었다. 그만큼 그때의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을 것이다. 내 안의 욕망이 많았으므로 8가지 정도의 카테고리는 쉽게 채울 수 있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다라트든 체크리스트든 뭐든 적어 내려가는 것이 중요했다. 콘텐츠 부재와는 별개로 내 안의 욕망이 꿈틀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작은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글쓰기

여러 가지 플랜이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현실적이고 해 볼 만한 액션 플랜은 ‘창조성’ 카테고리였다. 우선 그간 내 안의 창조적인 영역이 얼마나 쉬고 있었나 싶은 생각에 내 스스로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 안에 창조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하긴 했었나 싶은 막연하고 아득한 기분이었다. 모든 창조적인 행위를 육아와 코로나 시국에 양보하고 있었고 창조적인 행위는 고사하고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조차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니 아이가 자고 일어나기 전 시간은 시간을 내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일찍 잠들면 새벽에 일어나기도 하고, 아이가 일찍 잠드는 날은 늦은 밤 시간에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어떤 행동으로 내 안의 창조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줄리아 캐머런’의 책 <아티스트 웨이>를 알게 되었다. 이미 너무 유명한 책이었고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지만, 그녀가 말하는 글쓰기의 핵심은 내 안에 맴도는 콘텐츠들을 꺼내 보는 데 적합한 방법 같았다.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일 중에 가장 손쉬우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은 글쓰기를 위해 우선 유선노트와 만년필을 마련하고 당장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잡글이었지만, 내 속마음을 글로 게워내는 일은 생각보다 개운하고 신나는 일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고 심지어 나도 들춰보지 않는 노트는 거의 매일 채워지기 시작했고, 외출할 때도 들고나가서 짬만 나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 내 일상은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90일 정도 꾸준히 글을 써보니 의외로 관성의 위대함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찮고 별 볼일 없는 글이라도 계속해서 쓴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일할 때 써야만 했던 글을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글쓰기. 그것을 계속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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