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정의 무비 스피치 1> _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는 우리말로 ‘남편이 우울증에 걸려서’라는 의미다.
남편의 이름은 미키오. 그는 매우 꼼꼼한 사람이다.
요일 별로 먹어야 하는 치즈가 정해져 있고, 매일 목에 둘러야 할 넥타이가 정해져 있을 정도다.
그가 얼마나 완벽을 추구하는지는 이력서를 작성하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자로 줄을 그어 한 치의 벗어남 없이 글자를 적어 넣는다.
이런 완벽주의 성향의 미키오에게 어느 날부터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이 전화를 걸어온다.
그리고 반복적인 불만전화에 의해 그의 심신은 매우 지쳐간다.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게 될 만큼 자존감에 문제가 생긴 그는
어느 날부턴가 알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이내 우울증이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고, 식욕도 사라지고, 건망증도 심해진다.
감기처럼 몸살을 앓기도 하고, 잦은 두통과 근육통으로 괴로워한다.
급기야 사람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화 통화조차 어려워진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하기가 두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자존감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 또는 죄책감, 수치심, 열등감 등을 가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자신감이 생겨날 리가 없다. 자신감이 없으니 당연히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할 수도 없다. 대중 스피치는 고사하고, 일대일로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는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떨어트리고, 이는 곧 우울한 감정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낯선 사람뿐만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온 사람과 말하는 것조차 두려움이 된다.
미키오는 장모님에게조차 전화를 걸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대중 스피치까지 하게 된다.
어떻게 극복하게 된 것일까!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우울증은 정말 괴로운 질환입니다.
제가 그것을 극복한 비결은 ‘서두르지 않기’ ‘특별대우를 받지 않기’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기’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그동안 제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그리고 제 병의 증상을 부끄럽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바꾸어 준 사람이 저기 앉아 있는 아내입니다. 그녀는 제게 병에 걸린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계속 말해줬습니다. 이 병이 저에게 가르쳐 준 것이 정말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사람은 누구라도 어떠한 때라도 자신의 살아있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 그리고 그를 지탱해 주고 있는 주변 사람들도 지금 그 사람들이 살아있는 모습,
그 자체가 매우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람은 누구라도, 어떠한 때라도 자신의 살아있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미키오의 말이 자존감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꼭 무엇이 되어있어야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화려한 것이 사라진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미키오는 우울증을 치유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서두르지 않는다.
둘째, 특별대우를 받지 않는다.
셋째,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한다.
먼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실 서두르면 마음만 초조하고 바쁠 뿐 더 많은 실수가 일어난다. 그 실수를 마주하면서 더 깊은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성급하게 서둘러서 벗어나고자 하기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여유를 가지는 편이 더 좋겠다.
또, 너무 특별하게 대우받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에게 섭섭한 이유는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내 마음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특별 대우를 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만큼 대우받지 못했을 때 자존감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애초에 특별한 대우를 받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조금 더 지혜로운 마음관리 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서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의 능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욕심을 부려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의 신뢰까지 깨트릴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떠맡아서 하려고 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해서 하는 것이 좋겠다.
누구든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가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볼수록, 더 좋은 것을 갈망할수록,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할수록, 누군가로부터 비난을 들을수록 자존감은 쉽게 무너져 버린다.
<츠레가 우울증에서 걸려서> 역시 사람은 누구나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우울증에 걸릴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에서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 ‘우주의 감기’라고 표현하듯, 주변에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나이와 상관없이, 성별에 관계없이 ‘나 우울한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하고 말을 걸어오는 지인들이 꽤 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우울함의 주된 이유는 회사에서 누군가로부터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아서, 미래가 불안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아서 등 다양하지만, 종합해보면 ‘스스로 쓸모없다고 느껴졌을 때’,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느껴질 때’ 우울증이 찾아오는 듯했다.
우울증 뒤에는 스스로 만들어 낸 낮은 자아상이 있다. 원인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된 특성은 아무것도 못 할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무 의욕도, 의지도 나지 않는 상태. 그래서 입까지 닫아버리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말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자존감부터 다스려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만약 주변의 누군가가 우울증으로 괴로워한다면, 미키오의 아내인 하루코처럼 따뜻한 위로를 건네보자.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괴롭다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제까지로도 충분해요."
그녀의 말에는 온기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인간이라고 자책하는 미키오에게 하루코는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 거예요.'라고 말하고
'츠레는 대단해요.'라고 칭찬하며 남편의 자존감을 높여주고자 한다.
하루코의 대사처럼 우리 모두는 '금이 가지 않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일터.
(뭐 또 금이 좀 갔으면 또 어떠하리...)
따뜻한 말은 그 사람의 온기를 담은 말이다. 그 온기는 곧 마음으로 전해지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오늘부터라도 가까운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메시지 하나라도 건네보자.
나의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인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설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말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하니, 오늘 전한 그 따뜻한 말은 돌고 돌아 어느 날 당신에게 도착해있을 것이다.
[위 글은 '영화로 배우는 말의 품격' 중 일부를 편집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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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이는 5가지 셀프훈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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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며 마음을 열어주는 예쁜 동생이 생겼다. 조금 전 같이 꼬막비빔밥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요즘 꽤 우울하고 의욕이 없다는 이야기를 건네 왔다.
"언니, 저 요즘 .. 좀 심각한 것 같아요."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물이 터질까 봐 더 큰 웃음으로 꾸역꾸역 눌러버린 애달픈 한마디가 오늘 이 글을 옮겨 적게 만들었다. 미키오의 조언과 하루코의 위로가 이 동생을 비롯해 수많은 또 다른 미키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