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정의 셀프코칭 1 _ 말하기가 두려운 분들께>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가 두렵다면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에 너무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닌지, 자신의 자존감을 타인의 손에 쥐어주고 혼자 상처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여기저기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 자존감. 과연 자존감이란 무엇일까?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척도를 말한다.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낼만 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을 자아 존중감, 자존감이라고 부른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의 저자, 너새니얼 브랜든(Nathaniel Branden)은 ‘자존감을 정신 건강의 척도라고 할 때, 이보다 더 긴급한 주제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만큼 자존감은 스피치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전반에 걸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는 타인이 자기 평가의 주된 원천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그 이유는 첫째, 타인의 평가는 자존감에 도움이 안 되며 둘째, 계속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다 보면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에 중독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나는 깊게 공감한다. 타인의 평가에 의존할수록 타인에게 끌려 다니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부당함을 감내하며 모든 희생과 헌신을 감당하고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재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타인의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이다.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크다면 외부의 평가에 크게 영향받지 않게 된다. 오히려, ‘남이 나를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하며 타인의 시선을 다 받아들일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무엇이 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명품 브랜드를 입고 있어서가 아니라 외부의 모든 좋은 요소들이 어느 날 다 사라지고 나 홀로 남겨졌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대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온전한 믿음이야말로 진정한 자존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존감이 건강해지면 남의 시선은 하나의 관점일 뿐이고, 남의 평가는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어떻게 할까? 이 말을 조금 바꾸어 말하면 ‘어떻게 나 자신을 사랑할 것인가’와 비슷한 의미가 된다. 일상에서, 사람 사이에서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1) 듣기 힘든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 것
날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해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본인 마음대로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친한 사람들끼리는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돌아이 보존의 법칙’을 이야기하며 이상한 사람은 어디를 가나 있으니 서로 참자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계속 남 탓으로만 돌리면, 같은 일만 반복될 뿐 나의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같은 자극에 반복적으로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원치 않는 말은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 몸은 영양은 흡수하고 독소는 배출시키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좋은 것은 흡수하고 나쁜 것은 밖으로 내보내는 상태가 유지돼야 몸이 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독소 같은 말은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내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독성이 가득한 말을 밖으로 내 보내지 않고 속에 담아주면 마음의 균형은 곧 깨져 버린다. 그리고 병이 든다.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듣기 힘든 순간이 오거든, 신이 우리에게 두 개의 귀를 주셨음을 기억하라. 독성이 가득한 말을 들었을 때 한쪽 귀는 흘려 내보내는 용도로 사용하기를 바란다.
2)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낼 것.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자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내면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자신으로 살아오기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본인을 맞추고, 오직 좋은 평을 받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온 날이 더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아진 시기에는 타인을 탓하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누구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없었다.’는 피해의식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진로 문제와 대인관계 문제로 고민하던 20대 학생을 상담했을 때 일이다. 이 학생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서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과장되게 말하고 행동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관심을 끌 목적으로, 혹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다양한 거짓말을 한다는 것도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몇 가지 질문을 시작했고, 상담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자신을 도와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본인도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너무 변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으니 어떻게 해야 변화할 수 있는지 알기를 원했다.
난 학생에게 먼저 자신에 대해서 연구해 올 것을 권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체크해보고, 본인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언제 행복하고 기쁜지 온전히 들여다보고 알아오라고 숙제를 내줬다.
일주일 후, 그녀는 이 관찰만으로도 매일매일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소감을 전해줬다. 차근차근 이 과정을 거친 뒤 자존감이 회복된 학생은 머지않아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진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영화 보는 것은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여행은 좋아하는지 심지어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까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바쁘다. 이제 그 질문을 자신에게 해 보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언제 편안하고 기쁜지 말이다.
3)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자신을 대할 것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자존감의 핵심은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 주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 잘 생각해보자. 혹은 자신의 아이에게, 조카에게 어떻게 대하게 되는지 떠올려보라.
아마 물 한잔을 건넬 때도 가장 예쁜 컵을 꺼내서 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을 내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듯, 자기 자신을 사랑스럽게 대해 보기를 바란다. 애인에게 혹은 사랑하는 대상 그 누군가에게 쏟았던 사랑을 이제 자신에게 베풀어 주어야 한다.
바다를 좋아하면 자신을 데리고 바다를 보러 가라.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하다면 자신을 데리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면 된다. 애인과 데이트하듯, 자신과 데이트를 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감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대체로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남들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설령 혼자 밥을 먹는다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게 자신에게 애정을 주면서 하루 정도는 온전히 자신과 동행해 보기를 바란다.
4)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 것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자신의 눈에 가장 예쁘고 잘 생겼다고 느껴지는 연예인 사진을 꺼내보자. 그리고 거울을 보며 비교해보라. 이제 곧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왠지 코도 조금 아쉽고, 눈도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 것이다. 어쩜 마음속으로 역시 의학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성형을 한다고 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근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도 여전히 자존감은 낮은 사람들이 있다. 어디 외모뿐이겠는가.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해서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많은 부를 지녔지만, 낮은 자존감으로 괴로워하는 분들도 꽤 많이 봐 왔다.
자존감은 내면의 총체적인 상태이다. 안으로부터 채워져야 밖으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것을 비교해가며 자신의 자존감을 더 낮게 만드는 어리석은 행위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5) 가벼운 목표를 세워 성취감을 자주 느낄 것
일상에서 작은 것부터 성취해보고 성공한 느낌을 가져보는 것은 자기 효능감을 채우는 부분에서 매우 중요하다. 너새니얼 브랜든은 자존감에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존중(self-respect)이라고 했다.
자기 효능감이란 도전에 직면했을 때 필요한 기본적인 자신감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목표부터 스스로 성취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작은 성취감들이 쌓여 자신에 대한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너무 대단한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것도 목표가 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주 일상적이고 소소한 목표가 더 좋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한 교수님께서 신년 계획을 세웠냐고 물어보셨다.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라고 힘차게 대답하며 어떤 계획들을 세웠는지 자신 있게 10개 정도의 계획을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는 미소 띤 얼굴로 하나하나의 계획마다 고개를 끄덕끄덕 해 주시며 집중해서 끝까지 들어주셨다. 그리고 드시던 찻잔을 내려놓으시며 말씀하셨다.
“자네 계획을 들어보니 자네는 올해 목표를 하나도 못 이루겠네.”
충격적인 말씀이었다. 너무 당황해서 그 이유를 묻자, ‘올해가 지나 보면 알게 될 것이다.’라고만 말씀해주셨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했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했던 순간이었다. 1년이 지난 후, 교수님의 말씀은 놀랍게도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거창하고 대단해 보이는 목표만을 세웠던 것을... 모든 목표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욕심 가득한 목표였지 정말 스스로에게 필요한 목표는 아니었다는 것을...
타인을 의식해 대단하거나 거창한 목표를 세우려고 하지 말자. 오로지 자기 자신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거창한 목표를 여러 개 적어놓고 한 개도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아주 가벼운 목표를 세워서 매일매일 이루어내는 경험을 갖는 것이 자존감에 도움이 된다.
쫓기듯이 너무 많은 목표를 설정하지 말고, 하나씩 시작해보자.
그리고 데모스테네스의 말처럼 ‘아주 작은 기회로부터 위대한 업적이 시작되는 것’ 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자존감이 낮아진 당신에게 권하는 영화 _ <유연정의 무비 스피치1 _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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