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은 순항중이었다, 처음 석 달은.
맘 까페에서 영어유치원 추천 글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어유치원의 꽃은 7살이에요!" 하는 말이다.
그렇다.
영어유치원의 꽃은 7살이었다. 7살에 영어유치원에 가자마자 아이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비단 영어유치원의 커리큘럼이 대단해서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었다.(물론 그래서 그럴 수도 있다. 내가 동일 아이를 대조군으로 삼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시기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 "엄-마" 라는 말을 처음 할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는 엄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어버버 하며 끈적한 침을 줄줄 흘리고 "뫄뫄뫄 아아아---"하는 말을 하는 시절을 몇 달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보고 "엄-마"라는 말을 처음 했다. 울기만 하던 아이가 나를 응시하고, 나라는 사람이 엄마라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여러가지 소리를 내 보면서 목청을 시험해 보다가 '엄마'라는 존재를 "엄-마"라는 말로 매칭시켜 그것을 발화하는 과정이 얼마나 길고도 아이에게 대단한 성취였는지를 떠올려 보자.
7살 아이도 마찬가지다.
6살까지 쌓인 많은 데이터가 응축되어 말하고, 읽고, 쓸 수 있는 아이로 진화하는 순간인 것이다.
그것은 비단 <영어>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어>도 마찬가지로 7살은 되어야 글이라도 한 글자 읽고, 뭐라도 끄적일 수 있는 휴먼이 된다. 그러다보니 겉보기에 <학습>으로 보일만한 일- 읽고 쓰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원래도 영어를 좋아하던 아이는 영어유치원에 가니 어찌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여태껏 하고싶었던 말들을 쏟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집에와서도 영어 책을 읽고, 영어로 이야기하고 (연습하고), 신이나서 숙제들을 했다.
영어학원 숙제는 참 다양했다.(많았다)
읽기/쓰기/말하기/듣기 4대영역이 골고루 버무러진 숙제들이었다.
"아니 이걸 다 나보고 봐주라고? 이럴거면 내가 영어학원을 왜 보내? 그냥 내가 가르치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만큼 많은 숙제량이었다. 숙제가 다양하다보니(많다보니) 숙제가이드도 친절히 나누어 주셨다. 그 숙제 가이드를 먼저 엄마인 내가 숙지하고 아이를 자리에 앉혔다.
"자 이제 숙제를 해보자!"
생각보다 아이는 곧잘 따라왔다. 사실 가장 힘든 것은 "숙제를 하자!" 하고 자리에 아이를 앉히는 일이었다. 이미 학원에서 배운 것이기도 했고, 아이는 금새 학습량에는 적응하는 듯 보였다. 단지 원래 놀이시간이던 자신의 자유시간이 숙제를 하는 시간으로 변하여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해야한다는 사실에 저항했다.
아이가 외치는 이 소리를 나는 100번도 더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