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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광웅 Apr 17. 2019

내가 본 캐나다 - 밴쿠버섬(Ⅱ)

서핑, 방전

2018년 5월 29일


이른 아침 토피노의 바다 풍경

서핑 - 토피노 해변


강사를 따라 서핑보드를 매고 해변으로 갔다. 해변은 넓고 광활했다. 근데 바람이 장난 아니었다. 서핑보드를 들고 가는 것조차 어려워 몸이 뒤로 밀렸다. 서핑은 우선 모래사장에서 자세와 스트레칭을 알려줬다. …… 토피노의 바다는 엄청났다. 바람도 엄청 쌘 데다가 수온도 엄청 낮았다. 바람이 쌔서 앞으로 나가는 것도 어려웠다. 다행인 것은 수심이 낮았다는 것이다. 파도에 밀려서 넘어지고 얼굴은 바람 맞고 바닷물 먹고 나는 서핑보다 파도를 맞으러 온 느낌이었다.


내가 토피노에 온 이유는 오직 서핑 하나 때문이었다. 토피노는 밴쿠버섬의 태평양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토피노 근처의 해변에선 파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게 일기 때문에 캐나다에서도 제일가는 서핑 명소이다. 나는 서핑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토피노에 왔으니 서핑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서핑 스쿨 중 한 곳에 들렀다. 서핑을 위해선 우선 서핑 슈트부터 착용해야 했다. 나에겐 서핑 슈트를 입는 것부터 버거웠다. 서핑 슈트를 착용하고 나서는 나는 다른 강습생들과 함께 서핑을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는 토피노의 해변으로 이동했다.


서핑을 배우기 위해 서핑 스쿨에 들렀다
내가 빌렸던 서핑 슈트와 서핑 보드


서핑 보드가 이렇게 무거운 건지 처음 알았다. 강사는 강습생들에게 서핑 보드를 머리에 이고 이동하라고 알려줬다. 서핑보드를 들고 5분 정도 이동하니 광활한 해변이 나타났다. 바로 이곳이 서핑을 체험할 수 있는 Chesterman Beach였다. 해변에는 거대한 태평양으로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나를 포함한 강습생들은 균형을 잃고 비틀비틀 거리며 겨우 바닷가 쪽으로 이동했다. 모래사장 위에서는 강사에게 서핑보드 위에 납작 엎드려 패들링 하는 방법과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는 자세를 배웠다. 


서핑은 난생처음인데 30분 정도의 연습을 했다고 될 리가 없었다. 서핑보드를 발과 연결시킨 후 바다로 들어갔다. 바람도 쌘 데다가 수온도 낮아서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다. 서핑을 하기 위해서는 파도가 밀려올 때 바도 진행방향으로 보드를 놓고 균형을 잡고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그게 잘 될 리가 없었다. 50여 차례의 서핑 시도 중에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고 일어선 건 5번이 고작이었고 그것도 잠깐 일어서 있던 것뿐이었다. 그 나머지는 바람 맞고, 바닷물 먹고, 파도에 휩쓸리고, 서핑보드에 넘어지고... 나는 서핑을 하러 온 게 아니라 태평양 파도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하고 왔다. 


Chesterman Beach, 바람과 파도가 장난이 아닌 해변이다
서핑 강습이 끝나고 나서



2018년 5월 30일


너나이모 시내 주차장에 주차한 렌터카

방전 - 렌터카


새벽 3시 30분에 갑자기 차에 기름이 없다는 표시와 함께 꺼져버렸다. 시동을 걸어도 들어오지 않았다.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이다. 밤새 히터를 틀었더니 발생한 현상이다. 나는 당황했다. 보험회사를 불러야 되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돈이 많이 들것이다. 다행인 것은 내 차가 너나이모 한복판에 주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처 10분 거리에 주유소가 있었다. 나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져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차숙을 하면 큰일이 난다. 밤에는 워낙 춥기 때문에 나는 히터를 틀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새벽 3시 정도에 차의 시동이 꺼졌다. 나는 당황했다. 차가 방전이 된 것이었다. 최악이었던 것은 차가 개인 자가용이 아니라 렌터카였다는 것이었다. 렌터카를 약속한 시간까지 반납하지 못하면 보증금은 물론이고 렌터카에 대한 책임을 물 수도 있었다. 나는 너나이모 시내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렌터카를 당일 오후까지 빅토리아에 있는 렌터카 업체에 반납을 해야 했다. 


차 내부 구조에 대해서 초짜였던 나는 차에 기름을 채우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주유소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새벽 6시에 너나이모 시내의 주유소를 찾아갔다. 나는 짧은 영어로 주유소 점원에게 기름이 떨어졌는데 기름을 넣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주유소 점원 아주머니는 나에게 기름통에 가솔린을 채워가라고 알려주셨다. 나는 기름통에 기름을 잔뜩 넣고 렌터카가 주차된 주차장에 돌아왔다. 주유구에 기름을 모두 넣고 시동을 걸어봤다. 하지만 전혀 미동도 없었다. 나는 다시 주유소로 돌아와 다시 기름을 구입했다. 다시 주유구에 기름을 넣어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다행히 주유소가 주차장에서 걸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기름통과 기름을 구입해서 차에 직접 주유했다


울상이 된 표정으로 주유소에 다시 찾아오자 점원 아주머니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신 것 같았다. 그때 주유소에 있었던 아저씨 한분이 나를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다. 아주머니도 렌터카 업체에 전화를 해주시고 자신의 차를 가지고 오겠다고 하셨다. 아저씨는 내 차를 확인하시더니 배터리가 방전되었다고 하시며 점프 케이블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아저씨는 자동차 수리점에서 점프 케이블을 빌려오셨다. 아주머니께서는 자신의 차를 가지고 주차장으로 오셨다. 아주머니께서는 방전된 내 차의 배터리와 아주머니 차의 배터리를 점프 케이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배터리 점프 후 시동을 걸었더니 기적적으로 차에 시동이 걸렸다. 나는 정말 기뻐서 아주머니와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했다. 나는 정말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자동차 보닛을 열고 배터리를 확인했다
점프 케이블을 빌렸던 자동차 수리점
차에 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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