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단 사라지기 며칠 전 누나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넌 마치 유리 같아. 저기 있는 저 유리잔처럼 말이야. 반짝이고, 결정이 아주 섬세해. 그래서 아마 넌 살아가면서 쉽게 깨질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단단하게 자라야만 해. 반짝이고 섬세하지만 그럼에도 깨지지 않는 단단한 유리가 되는 거야."
나는 언제나 단단한 유리가 되길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때 나는 한국나이로 겨우 열두 살이었다. 열두 살에 나의 작은 세상으로부터 누나라는 거대한 존재가 사라졌다. 그것은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라진 것이었다. 후에 내가 미국을 떠나올 때까지도 누나의 생사조차 들려오지 않았으니까.
나는 누나를 끔찍하게 따랐다. 내 기억에 우리는 여섯 살이라는 제법 큰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유별나게 돈독한 남매였다. 물론 그땐 내가 너무 어렸으니까 누나가 일방적으로 나에게 수준을 맞춰 주었다는 것을 안다. 누나는 이미 너무 어른스러워서 내겐 엄마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별과 별이 만나는 거야."
그 옛날 누나에게서 들은 이 문장을 우연히 맞닥뜨린 것부터가 어쩌면 기적이었다. 그날 공연이 끝난 후 나는 수호와 지준이와 함께 정처 없이 밤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러다 수호가 갑자기 알코올이 필요하다기에 익숙한 술집 몇 군데를 물망에 올렸다. 수호는 아무 데나 가자고 서둘렀으나 장소 선택에 까다로운 지준이가 그날도 제동을 걸었다.
"거긴 지겨워."
"오늘은 별로."
"거긴 며칠 전에도 갔잖아."
"좀 새로운 데 없냐?"
지준이의 구미는 그날따라 더 까다로웠다. 그러나 나 역시도 "대충 아무 데나"를 연발하는 수호보다는 지준이의 편이었다.
"길에서 밤새 그러고 있어라, 인간아. 난 혼자 갈 테니까."
수호는 정말 혼자서 가 버릴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몇 걸음 후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뚝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마치 슈퍼맨이 하늘을 날 때처럼 한 팔은 정면을 향해 쭉 뻗고 다른 팔은 90도로 굽혀 땅과 평행을 유지하는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그것은 수호가 종종 취하는 익숙한 자세였지만 볼 때마다 피식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음을 알았다. 눈으로 그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처음 보는 간판이 하나 있었다. 비로소 지준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겐 맥주를 마시면 뻔질나게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버릇이 있다. 다들 방광이 작은 탓이라고 했다. 그날도 분주하게 화장실을 오갔다. 첫 번째는 아니었다. 두 번짼가 혹은 세 번째 화장실에서 나오던 때였다. 문득 가게 입구 옆 형형색색의 벽에 눈길이 갔다. 그곳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메모와 낙서, 폴라로이드 사진 등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관심을 끄는 것이 없어 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 한 장의 종이가 가까스로 시야에 들어왔다. 그곳에 담긴 글씨체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여자의 필체로 보였는데 굉장히 고전적인 글씨였다. 고전적인 글씨체로 어쩐지 불온한 느낌의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음악이 우리를 구원하리니>
끓는 젊음을 식히느라 애쓰고 있다면,
나의 세계관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세계와 충돌한다면,
좀 더 퇴폐적인 생물이 되고 싶으면,
남의 인생을 쫓느니 차라리 왕따가 좋다면,
그럼 주저하지 말고 나와 만나요.
함께 음악을 들어요.
음악이 우리를 구원하리니.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건 음악이 아니에요.
우리를 구원하는 건 오로지 우리 자신뿐.
그러니 자신을 구금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해요.
우리가 함께 폭발하면 불꽃놀이도 부럽지 않을 거예요.
참고로 오늘 나는 이런 음악과 사랑을 나눴어요.
피터 프램튼, 스트록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스웨이드.
그런데 당신은?
......
꽤나 매력적인 선전문이었다. 피터 프램튼, 스트록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의 이름도 나를 사로잡았다. 요지는 모임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것. 그것을 보고서 나는 아주 신기한 현상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90년대 중후반까지야 흔한 수단이었지만 밀레니엄을 훌쩍 지나 서기 2004년에 다다른 이 시점에 인터넷이 아니라 직접 게시물을 만들어 인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자세히 보니 그 밑에 인터넷 카페 주소가 적혀 있긴 했다. 그렇게 글자들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던 중 마지막 부분에서 그만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감았다가 다시 떠도 보이는 건 그대로였다. 술이 오르듯 순식간에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누나"라는 말이 신음처럼 입에서 새어나왔다.
거기에 적혀 있던 문장은 바로 누나가 내게 들려준 것이었다. 누나에게서 말고는 그때까지 어디에서도 그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그런 문장쯤이야 얼마든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수 있다. 누나 역시도 어딘가에서 읽었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문장으로부터 누나의 존재를 유추하고 그것을 누나가 쓴 것이라고 몰아가는 건 지나친 비약이었다. 무엇보다도 누나가 한국에 있을 까닭이 없었다. 누나는 당연히 미국에 있거나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어떤 곳에 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어쩔 수 없이 누나의 존재를 내 삶에 복원시키고 있었다. 마치 코앞에서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누나의 향기를 느꼈다. 물론 그것은 단순히 느낌에 불과했지만 그 강렬함에 구속되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확인해야만 했다. 잃어버린 나의 누나를 되찾고 싶었다.
너무 간절히 그것을 원했기 때문일까. 급기야 나는 내 비약이 어쩌면 전혀 비약이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혹시 누나도 나처럼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아닐까. 우리는 결국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인 것은 아닐까. 어쩌면 서울의 어느 길에서 한번쯤 어깨를 스치진 않았을까.
한동안 그 문장에 마음을 붙들린 채 서 있을 때 별안간 뒤에서 뭔가가 내 등을 쳤다. 나는 귀신의 손길이라도 느낀 것처럼 소스라쳤다.
"뭘 그렇게 놀라? 뭐에 넋을 놓고 있는 거냐?"
수호는 고개를 빼고 내 시선이 위치했던 곳을 바라봤다.
"뭔데 그래?"
얼얼한 침묵이 내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는 싱겁다는 듯이 웃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만에 하나 저것을 쓴 게 누나라면 그건 마침내 내가 누나를 되찾게 된다는 뜻이야. 그렇다면, 하지만, 정말로 찾아야만 할까? 이제 와서 누나를 찾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어리석음으로 미로에 빠졌다. 그래, 누나일 리가 없어. 말도 안 돼. 아닐 거야.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부랴부랴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주소를 입력했다. 그 종이에 적힌 것과 똑같은 내용의 글이 카페의 첫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벌써 참가 의사를 밝힌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카페 주인에 관한 정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에게 메일을 보내 볼까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좋은 생각이 아님을 깨달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대뜸 그런 얘길 꺼내기도 찜찜할 뿐더러, 혹시 누나라고 해도 일부러 아닌 척을 할까 봐 두려웠다. 나를 만날 자신이 없어서 그냥 외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되면 나로선 유일한 기회를 날려 버리는 꼴이었다. 차라리 그곳에 나가 직접 확인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만에 하나 누나가 그런 마음을 품는다 해도 직접 맞닥뜨린 상황에서야 달아날 방법이 없을 테니까. 다만 문제는 과연 나에게 그만한 배짱이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수호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했다. 나는 갈팡질팡할 때마다 그의 조언으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그것이 누구나 알고 있는 무언가라 하더라도 수호가 답을 이끌어 내는 방식에는 그만의 명쾌함이 있었다. 하지만 가끔 내가 그런 능력을 부러워하면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수호는 초딩과 초로(初老)의 신사, 철부지와 철학자가 결합된 듯한 아주 특이한 캐릭터였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기적 같은 일이야. 물론 네 누나가 정말 한국에 돌아왔을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자기가 태어난 나라니까. 게다가 서울에 거주할 가능성도 충분하고. 우리나라 인구의 자그마치 4분의 1이 서울에 살고 있으니까. 자, 그럼 서울에서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모임을 하나 구상한다? 모임 광고엔 오래전 네게도 들려줬던 그 문장을 싣는다? 뭐 그렇게 생각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글쎄, 그래도 그건 확률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겠냐?"
그는 기대하지도 말라는 듯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거보단 내 생각에 그 글은 그냥 책이나 어디에 들어 있는 글일 거야. 네 누나처럼 누군가 단순히 인용한 거겠지. 자기 모임을 홍보하기 위해 뭔가 근사한 표현이 필요했는데 마침 그게 딱 눈에 들어왔던 거야. 이편이 훨씬 사실적이지 않냐?"
하지만 수호는 내 기대를 꺾는 것으로 끝을 맺지는 않았다.
"알겠지? 어차피 일어나지 않을 일이야. 그러니까 쓸데없이 고민하지 말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나 보자. 혹시 아냐? 우리 가슴에 불을 지피는 아리따운 처자라도 있을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적어도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만큼은 모든 것이 해결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그의 조언에 의지하는 동안엔 일순 가벼워졌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도로 무거워졌다. 나는 그날 수호와 함께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물론 수호도 내게 같은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의 주인공이 등장한 순간, 수호와 지준이는 어미의 배식을 기다리는 아기 새들처럼 나를 쳐다봤다. 내가 고개를 젓자 지준이는 입술을 앙다문 채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수호는 조용히 눈빛으로 내게 유감을 표시했다. 아무리 세월을 감안하더라도 1초 만에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다른 얼굴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우리 또래였다. 당연한 일인데도 내 실망감은 정말 컸다. 동시에 설명하기 힘든 종류의 안도감을 잠시 느끼기도 했지만. 이제 남은 건 순수하게 그 모임을 즐기는 일뿐이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하지만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 딴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그것이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나 자신도 다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최대한 표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때 수호가 나를 쿡 찌르며 말했다.
"한번 물어보는 게 어떠냐?"
"뭘?"
"그 얘기 말이야. 어디서 들었냐고. 혹시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에이, 설마."
"야, 어울리지 않게 여기까지 와서 설마는 무슨 설마야? 물어나 봐, 자식아."
그는 윽박지르듯이 말하며 내 등을 떠밀었다. 가게에서 빠져나와 모두 인사를 나눈 직후 나는 슬그머니 미란이에게 다가갔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내 병적인 심장은 다시 박동 수가 빨라지고 있었다. 당당하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을 붙였다.
"저기, 근데 네가 쓴 그 글 마지막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별과 별이 만나는 거니까요, 라는 문장은 어디서 인용한 거야?"
"그거? 아는 언니한테서 들었어. 왜?"
언니. 미란이는 '언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물론 여자고 미란이보다 나이가 많다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몸에 전류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려고 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킨 후 그 사람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미란이는 영문을 몰라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 태도로 보아 어떤 사연이 있음을 직감하는 눈치였다.
"문영. 이문영이야."
이문영. 그 낯선 이름 석 자가 나를 터질 것 같은 긴장으로부터 구원했고 동시에 출구가 없는 어둠 속에 빠뜨렸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나는 누나의 한국 이름을 알지 못했다. 모르는 건지 잊어버린 건지 유독 그것만큼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형체가 없는 기억을 더듬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그 사람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미란이는 그런 나를 꽤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봤다.
"너 혹시 첫사랑이라도 찾는 거야?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잘못 짚은 것 같다. 그 언니 서른둘이야. 누군지는 몰라도 네가 찾는 사람은 아니……."
'서른둘'이란 단어가 귀를 찌르고 가슴을 찔렀다. 요란한 총성처럼 고막을 때리더니 이어서 진짜 총알이 심장을 관통하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미란이도 내 표정 때문인지 말끝이 뚝 잘렸다. 오히려 내게 사실을 확인하려고 들었다.
"맞아? 찾는 사람이 서른둘이야?"
서른둘. 그 숫자에 현기증이 났다. 나는 다른 이야길 꺼냈다.
"그 사람 지금 어디에 사는지 알아?"
"응? 알지. 여기 살아. 서울에."
서울. 그녀는 서울에 살고 있다. 나와 같은 서울에. 미국이 아니라 한국, 그것도 서울에.
"혹시 그 사람 전에 외국에서 살지 않았어?"
"어! 맞아!"
나는 그 순간 누나의 존재를, 분명히 같은 사람임을 확신했다. 내 얼굴이야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미란이도 나 못지않게 놀란 얼굴이었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인지 물으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주 친한 언니라고. 그것은 내가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누나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지어 놓은 거짓말의 성(城)에 발을 들인 기분이었다.
"좀 만나게 해주지 않을래?"
그것은 나도 모르게 한 말이었다. 내게서 대번에 그런 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에 나는 당황했다.
"어, 그, 그래. 근데 대체 무슨 사인데 그래?"
바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단어가 갑자기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답하고 싶었다. 그것을 발음해야만 했다.
"누나야."
미란이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연산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았지만 나는 누나라는 말을 꺼내느라 이미 기운을 다 써 버린 상태였다. 곧 그녀는 내 도움 없이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
"친누나? 맞아? 친누나야? 어머,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게 무슨 일이야?"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알려줄 테니 우선은 누나에게 내 이야길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느새 수호가 내 옆에 다가와 있었다. 그는 나와 미란이의 표정을 통해 우리 사이에 오간 대화를 유추해 내려고 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뭐야? 왜 그래? 찾은 거야?"
미란이가 수호를 향해 입을 뻥긋거렸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때부턴 주위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두꺼운 유리벽으로 분리된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 문 같은 것은 달려있지 않았다. 수호는 유리벽 밖에서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더니, 이어서 자신은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다는 얼굴을 했다. 이제부터는 모두 나의 몫이라는 뜻이었다. 그나 나나 믿어지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믿어지지 않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누나. 누나가 이곳에 있었다. 우리는 같은 도시에 살고 있었다. 바람 사이로 누나의 체취가 불어오는 것 같았다. 나의 하늘에 요란한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