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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aumazein Jun 17. 2021

나를 뒤흔든 세상의 문장들 6

니체의 아포리즘

이 높디 높은 산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 일찍이 물어본 바 있다.

그때 나는 그들이 바다에서 솟아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증거가 산에 있는 돌과 산정의 암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더없이 깊은 심연으로부터 더없이 높은 것이

그의 높이까지 올라왔음에 틀림없으렸다."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 아무리 가장 높은 산도 그 뿌리는 바다의 심연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것이다.

흔히들 인간의 무의식을 이미지화하면

빙산의 일각과

그 아래 엄청나게 크고 넓은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그림을 떠올린다.

살면서 한 번은,

아니 더는 더 자주 그것과의 만남이 필요하다.

니체는 높은 산으로 오르라고 했지만 오르기 위해서는 심연의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나의 욕망과 두려움, 불안과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보고 싶지 않은 나의 그림자까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깊은 세계,

그 세계와의 만남으로, 그 무한한 에너지로

우리는 나만의 가장 높은 산에도 오를 수 있으리라.



자신의 시대에서 한 번쯤 심각할 정도로 소원해져서

그 시대의 바닷가에서 과거의 세계관들의 대양으로 밀려가보는 것에는 커다란 장점들이 있다.

거기에서 해안 쪽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아마 처음으로

그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벗이여,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사납고 거센 바람이 부는 곳으로!"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혼자 있는 사람>


유난히 외로움을 잘 타는 것 같지만,

또 한편 혼자만의 고독이 없으면 안 되는 나는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외로움은 타인의 존재 유무,

즉 누군가의 있고 없음으로 인한

수동적인 감정이라면,

고독은 타인과 상관없이 나 스스로 선택하는

능동적인 감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외로운 시간은 나를 돌게 하지만, 

내 안으로 파고드는 고독한 시간은

나를 뿌리내리게 한다.

타인과 있을 때 녹여지고 순화되는

나도 꼭 필요하지만,

고독한 시간에 내 우주에서 끌어올리는 단단한 나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이 차라투스트라가 내 사상과 생각과 느낌 너머에 존재하는 '알려지지 않은 현자'라 했던

바로 그 '자기 자신'다.



그대가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적은 항상 그대 자신.

날지도 못하는 사람은 대지와 삶이 무겁다고 말한다.

중력의 악령이 바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가벼워지기를 바라고 새가 되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철을 녹슬게 하는 것은 다른 그 무엇도 없다.

다만, 철 자체의 녹만이 그것을 결국 모두 녹슬게 한다.

우리는 타인이 나를 끌어당기고

타인에 의해 내가 파괴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나를 끌어는 것도, 파괴하는 것도

내 안의 중력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중력을 안다는 것이고,

안다는 것은 결국 나의 겉과 속,

안과 밖 모두와 잡는 것이리라.

그 때 우리는

를 짓누르는 중력의 무게로부터 떠오를 수 있다.

선함과 악함, 어둠과 밝음이 어찌 따로 있으랴.

낮에서 밤으로, 밤에서 낮으로 선 그을 수도 없고,

경계짓지 않아서

밤의 묵상과 한낮의 명랑을 오가며 누릴 수 있는 것이니.

끝까지 가보아라.

그리고 돋아라.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것이며,

또 언제든 평화롭게 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의 끝에서 만나는 철학자.

그의 심연과 나의 심연,

당신의 심연은 결국 망망대해 아래 이어진

하나일지도.

오늘도 나에게 말 걸어 본다.

고독하고 자유로운 그대여,

언제든 심연의 바다에서 그림자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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