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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Jul 04. 2023

 ‘Colombia ASD Orange Zumo’

new 나는 카페 서래수 커피를 마신다 21.

  new 나는 카페 서래수 커피를 마신다 21.

Casa Barragan, 프랑수아 알라르가 찍은 루이스 바라간의 집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사진 앞에서 순식간에 강렬한 영감에 사로잡혔다.


 ‘낯선 남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맡았던’ 것이 아니라 낯선 남의 집 담벼락 사진에서 내 커피의 향기를 느꼈던 것이다. 



마치 큐피드의 화살처럼 순식간에 꽂혀오는 진한 커피향기를 글로 써 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나처럼 프랑수아 알라르도 그 붉은 바라간의 집 담벼락을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피크닉갤러리의 <프랑수아 알라르 비지트 프리베 > 전시가 <수라 king’s dinner> 책을 만드는 동안 계속 끌렸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본다는 것’의 의미가 ‘먹는다는 것’의 의미로 도치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라 king’s dinner>에서 역설한 바이지만, 이렇듯 명확하게 화살이 꽂히듯 직관적으로 체험하기는 처음이다. 바라간 저택의 붉은 담장 사진을 보는 내 눈에서 피어난 진한 커피 향기가 쏜살같이 마음속으로 꽂히며 다시 진한 커피 향기를 발했던 것이다.



빨간색 커피 열매가 검은 원두로 바뀌고, 분쇄된 원두가 물을 깊이 품에 안으며 몽실몽실 뭉게구름 커피로 떠올랐다가 다시 깊은 심연의 암바색 호수가 되고 그 고요한 수면 위에 발그레한 커피 열매 본연의 붉은색이 산영처럼 투명하게 드리워진 파격이라니.....



 카페 서래수 김대표님이 마셔보고 눈물나게 눈이 확 떠지는 충격을 받았다며 건네준


 ‘Colombia ASD Orange Zumo’ 커피 또한 

프랑수아 알라르의 Casa Barragan 같았다. 


콜롬비아 효모 무산소발효(ASD) 커피 오렌지 주모는 생산고도 1950m에서 채취해 106시간을 발효시킨 커피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향과 맛에서 오렌지를 많이 떠올린다고 하지만, 


나는 어이없게도 붉은색 시멘트 벽에서 오렌지 주모 커피의 맛과 향을 떠올리고 말았다.


지난 두 달 동안 마신 오렌지 주모의 맛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오렌지 껍질 같은 단단함이었을까? 

탱글함이었을까? 



친근하지만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사람 같은 위풍과 에르메스 오렌지컬러의 당돌한 당당함이 어우러진 몸에 잘 맞는 맞춤 양복 같은 느낌일까? 


아니면 마치 바라간의 집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과 같은 또 하나의 커피의 전형이자 틀이 갖춰진 파격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생각으로 커피를 마셔도 바로 그 맛으로 변하는 유동의 미일까? 



본다는 것의 의미가 먹는다는 것의 의미로 도치될 수 있듯이 나는 문득 오렌지 주모 커피 그 자체가 되고 싶다. 


위풍당당한 향기로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컬러를 물에 드리운 산영처럼 고요하고 은은하게 물들이는 오렌지 주모 커피처럼 고요하고 그윽한 도발의 파격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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