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목요일 소년처럼 천진하다
한낮의 낯선 초인종 소리에 놀라 현관문을 열으니
커피 향 폴폴 풍기는 상자를 들고 서 있는 택배 기사님.
현관문 비밀번호를 몰라 초인종을 눌렀다며
활짝 웃는 얼굴로 죄송하다고 인사를 건네신다.
활짝 웃는 기사님의 입술 사이로 텅 빈 잇몸이 가을 밤하늘처럼 까맣게 열려있다.
서래수 커피 알갱이들이 잇몸 사이로 냉큼 달려가
그 까만 밤하늘에 별들처럼 콕콕 박힌다면
택배 기사님의 텅 비어 허전한 가을 잇몸이 좀 든든해질까?
어쩌면 그의 앞니는 모두 가을 소풍 갔나 보다.
주름진 50대 중년의 까만 얼굴이 이빨 빠진 유년의 소년처럼 천진하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현관문을 닫고 나니
그때서야 비로소 앞니가 세 개나 빠진 50대 소년의 삶의 피로함이 내게로 온다.
냉큼 홍삼 봉지를 손에 쥐고 현관문을 열고 뛰어 나가니
급하게 운전대를 움직이던 택배기사님은
다시 '앞니 빠진 갈가지' 소년의 환한 웃음으로 감사의 말을 건네 온다.
어금니 빠진 나도 50대 소녀가 되어 이마의 주름 펴고
감사한 마음으로 활짝 웃었다.
카페 서래수 커피가 나에게 이르기까지
커피를 키우고 길러준 어느 이방의 해와 구름과 비와 농부들까지도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