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Job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준현 Aug 09. 2020

19. 나도 매니저는 처음이라

어느새 사수, 그리고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2018년 가을, 구글 온라인 파트너십 그룹에 정규직으로 출근하기 시작하며 커리어의 여름을 시작했다. 고객사 수주뿐 아니라 각종 행사 및 이벤트에서 연사로 서며 동분서주했다. 그러다 2019년 여름, 글로벌 프리세일즈 조직을 관리하는 기회가 왔다.

막내에서 리더로

2014년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쭉 막내 포지션에 있었다. 스타트업에서는 누군가의 사수이기도 했지만 오라클에서는 팀에서 가장 어렸으며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아기'라 불리던 때가 있었다. 구글에서도 팀에서 나이가 어린 편에 속했고, 인턴의 사수 역할을 몇 번 하긴 했지만 누군가를 밑에 두지는 않았다.


막내 포지션은 편했다. 아래가 없으니 위만 신경 쓰면 됐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매니저가 아닌 사람을 IC(individual contributor)라 일컫는데, IC는 본인의 일을 잘 해내면 좋은 고과를 받을 수 있었다. 하나의 팀 또는 조직을 이끄는 부담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도 아닌 글로벌 조직의 관리를 맡게 되다니 얼떨했다. 프리세일즈로 입사 후 업무를 재정립하며 만들었던 두 페이지짜리 매뉴얼(참고)이 계기였다.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매뉴얼을 영어로 작성해두었는데 이후 입사한 모든 담당자들, 이를테면 중국, 일본, 동남아의 담당자들에게 매뉴얼이 공유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후임들이 매뉴얼에 따라 본인의 업무를 해나감에 따라 자연스레 아시아 지역의 업무 프로세스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통일되었다. 이를 긍정적으로 봐주신 매니저가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남미, 그리고 유럽 지역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글로벌 버전의 교육 및 온보딩 자료를 만들어보라고 제안해주셨고 2019년 6월 즈음에 자료를 완성했다. 온보딩 자료를 만들다 보니 OKR (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 및 핵심 결과지표)과 정규 미팅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같이 세팅해나갔다. 그리고 2019년 7월부터 약 6명으로 구성된 글로벌 프리세일즈 팀을 매니징 하게 되었다.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2019년 12월에는 조직 변동이 생겨 후임으로 들어온 H양의 매니저가 되었다. 글로벌 프리세일즈 팀을 관리하고 있었으나 이들은 내 직속 팀원이 아니었는데, 처음으로 누군가의 직속 매니저가 된 것이다. 사수일 때는 업무 지시를 하거나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정도가 전부였는데, 매니저는 더 높은 레벨의 상호 작용이 필요했다. 막내 포지션에서 벗어나 좋은 사수가 되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었는데, 좋은 매니저가 되기 위한 고민을 같이 해야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했다. 이전의 내 시선은 주로 위를 향해있었다. 어떻게 하면 팀원으로서 조직에 기여할지, 어떻게 매니저 및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발맞추어 일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제는 위와 아래를 골고루 고려하게 됐다. 여러 부서장 및 조직장들의 의사결정 및 소통 방법을 지켜보고 배울 점을 찾게 됐다. 아쉬운 점이 보이면 나라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지 반추하게 됐다.


좋은 사수, 그리고 매니저란

여러 대륙에 걸쳐 있는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팀원들을 원격으로 관리하며 크게 두 가지를 배웠다.

첫 째는 유연성이다. 한 대륙에서 유용한 방법이 다른 대륙에서는 먹히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각 국가마다 시장 상황과 관행이 달라 모든 상황에 맞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가이드를 줄 수 없었다. 따라서 통일된 프로세스를 갖고 가되 각 시장의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예를 들면 성숙한 시장인 유럽에는 신규 리드 생성보다 기존 리드 재방문에 포커스를 맞추도록 했고 성장세가 가파른 동남아 및 중국은 신규 리드 생성을 중요한 지표로 보았다. 각 시장마다 집중하는 분야는 조금씩 달랐지만 최종적으로 파트너 수주 및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공통된 틀인 OKR을 짰고, OKR 세팅의 배경과 조직의 목적을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했다.

둘 째는 소통이다. 팀원들과 대면한 적이 없고 간혹 화상으로만 만나다 보니 소통에 더욱 신경 써야 했다.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로 일방향 소통을 할 경우 메시지가 곡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각 팀원과 월 1회 1:1 미팅을 잡아 그들이 처한 시장 상황을 이해하려 했고 업무 지시 및 공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업무 상 힘든 점은 없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팀원들이 맡은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다. 소통의 노력 덕인지, 감사히도 팀원들이 조직의 방향성에 쉽게 공감해주었고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었다.


동시에 H양을 매니징 하며 나는 어떤 매니저가 되고 싶은지 숙고했다. 백인백색인만큼 각자에 맞는 매니징 스타일이 있을 테고, '리더십 유형'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창의형 리더십, 보상형 리더십 등 다양한 유형이 나온다. 순진한 답일 수 있지만 나는 수많은 유형 중 따뜻한 매니저가 되고 싶다.




외국계 회사에서는 매니저를 피플 매니저(people manager)라 부른다. 태스크 매니저(task manager) 등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결국 매니저란 일이 아닌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눈 앞에 놓인 업무뿐 아니라 팀원들의 삶과 커리어에 관심을 갖고 그들과 상호 신뢰를 구축해가고 싶다. 그들의 능력을 믿고 권한을 일임하되, 그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소통하고 코칭할 수 있는 시간을 내고 싶다. 아직 부족하지만 H양과 팀원들의 격려에 힘입어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