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멸종되는 건, 나일지도.

[도서] 경험의 멸종

by 애매한 인간 채도운

정년퇴직을 앞둔 아빠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정말 바지런히 살았는데도, 아직까지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남은 데서 오는 아득함에 불안에 떨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하지 못했다. 다가오는 자녀들의 결혼, 늙어가는 부부의 남은 날을 고려한다면 은퇴는 너무나 빠른 것이었다. 나는 <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에서 아빠의 독백을 감히 추측해서 적어본 적이 있다.


“100세 인생이라는데 남은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내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남의 집 밭일을 하며 힘들게 벌어준 학비로 다닌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내가 가진 기술은 퇴보했고, 세상이 내놓은 기술은 날로 발전해서 따라가기 버겁다. 눈은 갈수록 침침해지고 손은 무뎌진다. 경비일, 낚싯배 노동도 알아보지만 쉽지 않다. 뭔가를 새로이 시작하기에는 가진 돈도, 능력도, 건강도 모두 애매하다. 애매한 사람, 나는 아빠다.”


그런데 이 글을 7년쯤 지나고 나서 보니, 은퇴세대가 갖고 있던 불안이 아래로, 더 아래로까지 급속도로 전이되었음을 느낀다. 지금 서른 중반이 된 나는 그가 느낀 불안을 벌써부터 겪고 있다. 세상은 나에게 어떠한 단서도 주지 않은 채로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갖고 질주한다. 나는 어떻게든 그 궤도를 벗어나지 않으려 아등바등 애쓴다. 신기술이 출시되면 그 회사의 주식을 0.014453주 소수점으로라도 산다. 디지털 식민지에 구독료라는 월세를 넣으며 인터넷에 접속되려 노력한다. 유행이 되는 밈은 릴스와 숏츠를 통해 수시로 확인하고, 그를 통해 나의 의식주를 점검한다. 나는 남들만큼 살고 있는 건지, 유행에 뒤처지지는 않는지, 남들이 먹는 '두바이 쫀득 쿠키'를 나도 먹어는 봤는지.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불안하다.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느낌, 도태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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