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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Jan 26. 2017

베를린에서 한 달을 살기로 했다.

요즘 전 세계 예술가들은 여기로 향한다.

베를린 디자인 맵

드디어 다음 주면 베를린으로 떠난다. 가만히있다가 비행기에 탈 것을 생각하면 두근댈 정도로 금방이다. 내 인생 두 번째 유럽 여행이자, 취업을 앞둔 마지막 여행. 20대의 마지막 장기여행이 되면 어쩌나 무섭다. 이 무서울 정도로 귀중한 한 달을 난 모두 베를린에서 보내기로 했다.


왜 베를린이야?


이상하게 베를린은 런던, 파리에 비해 블로그 정보가 부족하다. 그만큼 한국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다. 아마 위치가 한쪽에 치우쳐 있어 동선에 넣기 애매하기 때문일 것이다. 애써 방문한 이들에게도 베를린은 호불호가 심하다. 서울보다 큰 면적에 인구는 300만이라, 도시가 휑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심지어 아직도 총탄의 흔적이 남아있는 낡은 건물도 많아, 뮌헨 같은 부유한 독일을 상상하고 왔다가는 실망하기 쉽다.


나도 개인적인 이유로 베를린을 싫어했다. 첫 유럽 여행 때는 코스에 독일을 통째로 뺄 정도였다. 이유가 좀 유치한데, 독일을 책으로 너무 오랫동안 배워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햇수로만 6년. 외국어 고등학교, 재수, 대학까지 독일에 대해 '교과서'로만 배웠다.


한 나라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 달달 외우니 참 재미가 없었다. 게다가 글로 접하는 독일은 매력이 없다. 딱딱한 독일어 발음, 그 발음만큼 검소하고 원칙주의자인 독일 사람들. 유명한 음식은 소시지와 맥주. (둘 다 별로 안 좋아한다.) 수업시간을 듣다보면 턱을괴고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독일어 배워서 얻다 쓰지? 평생 독일가 볼 일은 있나?'


그랬던 내가 지금은 베를린 갈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2017년 2월 내가 베를린으로 가는 이유는 정말 명료하다. 나는 예술가를 흠모하고, 지금 현재 베를린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예술가들의 도시'로 재탄생했기 때문! 파리에 문화적 열등감을 갖고 있던 베를린이었지만, 90년대 이후로 판은 완전히 바뀌었다.


예술가들의 천국 베를린

건물을 뒤덮는 거대한 그래피티

분단의 흔적으로 생긴 허름한 도시의 모습이 바로 베를린 변신의 키포인트다. 세계적 도시 중에서도 비교가 안되게 싼 물가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이 살기 좋았고, 게다가 전쟁 이후로 도시에 넘쳐 흘렀던 낡은 빈 건물은 작업실로 쓰기 좋았다. 한때 예술가들이 집단으로 건물을 무단 점거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정부가 나서 예술가들에게 싸게 대여해준다. 그렇게 베를린은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이 되었다.


여기에 이민자들까지 몰려들며 베를린은 다양함과 예술성이 혼종하는 문화 도시가 되었다. 다양성이 인정받는 환경에서 예술가들은 자신의 창작활동을 맘껏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베를린은 도시 길거리마다 예술성이 뚝뚝 묻어난다고 한다. 건물마다 거대한 그라피티가 넘쳐흐르고, 갤러리만 200여 개다. 세계랭킹 순위를 차지하는 클럽과 바 때문에 오히려 파리와 런던의 젊은이들이 주말마다 베를린으로 모여든다. 베를린은 지금 젊은 예술의 메트로폴리탄이다.


그래서 예술 대학 앞에 숙소를 잡았다.

요즘 베를린의 힙한 문화는 우리나라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한번쯤 두유 리드미? Do you read me? 에코백을 본적있지 않은가? 이 에코백은 베를린의 독립 출판 서점에서 판매하는 건데, 현지에서도 꽤나 유명한 문화 서점이다. 볼때마다 다들 어떻게 구하셨는 지 호기심이 생긴다.


통계상 열명 중 한명이 예술가인 이 도시에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볼거리로 넘쳐난다. 유명한 패션 편집샵도 즐비하고, 거대한 빈티지 마켓, 내륙이 이비자로 불릴정도로 화려한 클럽문화. 그리고 채식주의자도 열명중 한명꼴이라, 로푸드 문화도 굉장히 발달해 있다. 내 여행 목적은 하나다. 그들의 문화를 다 느끼고 오는 것.

내가 머물 프리드리히샤인 길거리

한달이나 머물다 보니 숙소가 중요했다. 숙소는 철저한 목적에 의해 결정됐다. 로컬의 문화를 느끼면서도 안전한 지역. 하지만 초행길이라 그런 오묘한 지역을 알턱이 없었다. 예산에 맞추다 주요 관광지인 미테Mitte에서 한참 떨어진 프리드리히샤인Friedrichschain에 에어비앤비를 잡았다. 생소한 지역인 데다가 한국어 정보도 거의 없어 불안했는데, 알아볼수록 신의 한 수다.


영어 자료를 뒤져보니 프리드리히샤인은 현지에서 유명한 '힙스터의 성지'라고 한다. (오!) 예술대학가인데다가 현지인들만 다니는 힙한 길거리다. 세계랭킹 1위를 자랑하는 베를린의 대표적인 클럽 벨카인과 세계최초의 채식마트인 비건즈도 그 곳에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명동이지만,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들은 따로 상수동 연남동을 찾지 않는가. 로컬들의 문화를 경험하기 최적의 장소를 찾은 것 같다. 앞으로 많은 베를린 문화 정보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지 않기를'


찾아보니 베를린은 가이드북도 별로 없었다다. 오히려 디자인 서적이 더 많을 정도다. 어쩌다 여행기와 디자인 유학 경험 기를 섞어 놓은듯한 책을 들었는데, 첫장의 소제목을 보고 바로 구매했다. '부디 무사하지 않기를.'  


내가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다. 어릴 적 품었던 환상과는 달리, 여행길은 이국적인 비단길이 아니었다. 이번 가난한 대학생들의 여행도 험난할 게 뻔하다. 숙소 동네의 치안이 험악할 수도 있고,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도착 한 시간 전에 예약을 취소할 수도 있고, 매트리스가 잠을 못 잘 정도로 딱딱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저번 여행처럼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할 수도 있고, 인종차별을 당해 펄펄 뛸 수도 있고, 심지어 베를린이 너무 안맞아 한달 내내 숙소에서 나가고싶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고. 어쨌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니까. '부디 무사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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