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왜 로봇을?
회사 사옥은 기업 문화의 쇼룸과 같습니다.
사무실 구조, 회의 룸, 사내 카페 메뉴를 보면 간접적이지만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코로나 이후 비대면 근무가 늘고 사무실 필요에 대한 의심이 커져가는 상황에서도 네이버의 제2 사옥 오픈 소식은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1784는 50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도 흥미로웠지만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이라는 부제가 더 눈길이 갔어요.
AI 얼굴인식, 친환경 설계, 자율주행 로봇, 5G…
1784 소개 페이지에 가면 네이버가 얼마나 사옥 준비를 단단히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현재 연구하는 최첨단 미래 기술을 건물 곳곳에 실제 서비스로 적용했습니다. 사무실 조명과 온도 조절도 네이버 앱으로 한다고 해요.
부러운 게 많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로봇 관련 키워드가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네이버, 검색 엔진 서비스와 로봇이 쉽게 연결되지 않았거든요.
현재 1784에는 40여 대의 배달 로봇 루키(Rookie)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기능은 단순합니다. 택배나 식음료 배달은 사람에게도 단순 업무니까요. 하지만 수십여 대 로봇이 실시간으로 명령을 받아 움직이려면 수 많은 기술 인프라가 필요한데요, 놀라운 점은 로봇의 하드웨어부터 수십여 대 로봇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네이버의 자체 기술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연매출의 25%를 연구 개발에 쏟고 있어요. 단연 국내 1위입니다.
“매년 ‘네이버가 왜 이런 걸 하지?’
하는 일들을 해왔다”
“그러나 나중에 보면 이것들을 잘 연결해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왔다”
- 2019 CES 네이버 기자간담회
저만 네이버가 왜 로봇을 하는지 궁금해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로봇 외에도 ‘***를 네이버가 왜 하나요?’ 질문을 많이 받은 것 같은 답변이었습니다.
네이버는 현재는 서로 별개의 기술일지라도, 혁신적인 기술을 끌고 갈 사람만 있으면 언젠가 기술 간의 융합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라인도, 제페토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왔다고요.
지금까지 네이버가 개발해 온 여러 미래 기술의 융합을 대형 빌딩에 구현한 게, 이번 1784 인 거죠.
2019년 라스베이거스 CES, 네이버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망을 활용한 브레인리스 로봇 시연에 성공합니다.
브레인리스 로봇은 말 그대로 로봇 몸체에 고성능 컴퓨팅 장비가 없어도, 클라우드 기술로 로봇 정밀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입니다.
로봇 개당 하드웨어 비용을 많이 낮출 수 있어 로봇 상용화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아이디어입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예전부터 있던 것이지만, 클라우드와 로봇을 LTE보다 안정적으로 이어 줄 수 있는 5G의 발전으로 현실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랩스는 2017년부터 로봇과 자율주행을 연구해왔습니다.
현재 1784는 네이버가 지금까지 연구해왔던 서비스 로봇 기술을 적용한 대형 레퍼런스입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마치 마법처럼 물 흐르듯 움직이지만, 사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많은 기술들이 숨어있죠.
네이버의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간단한 로봇 서비스로 보여도,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들은 하나하나가 심층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최첨단 기술입니다.
요즘 ‘배달 로봇’ 테스트 같은 건 길거리에서도 종종 보이긴 하는데요,
한 두대가 아닌 수십여대의 브레인리스 로봇이 돌아다니기 위해선 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아래는 일부일 뿐이구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할 '클라우드'
・클라우드에 모인 정보를 학습하여 로봇의 집단지성이 될 'AI'
・로봇과 클라우드를 끊김없이 이어 줄 '5G 통신망'(*인간이 쓰는 5G 통신망과는 다른 로봇 맞춤형 주파수가 필요합니다.)
・GPS가 없는 실내에서 로봇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로봇이 이해할 수 있는 건물 3D 모델을 만드는 '디지털 트윈'
...
등이요.
1784를 만드는 동안 네이버는 230여 개의 기술 특허를 받았습니다.
많은 기술이 융합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려면 사내 여러 기술 조직이 협력해야했을 텐데요. 실제로 네이버랩스와 네이버 클라우드 등이 함께 팀 NAVER라는 이름으로 완성했습니다.
1784가 흥미로운 것은 현재 적용된 기술이 완성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직원들은 1784를 테스트 베드 삼아 기술을 빠르게 써보고 계속 수정・개선해나가고 있어요.
사옥을 만드는 일을 구성원이 함께 했고, 앞으로 이 건물 안에서 기술을 함께 발전 시킨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 미래 기술을 더한 모습을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옥이 기업 문화의 쇼룸이라면, 1784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특별한 쇼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탁 트인 구조나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나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준 기업은 많았지만, ‘융합과 혁신’이라는 기업 문화를 사옥으로 보여주는 곳은 처음 아닐까요.
몇 달 뒤에 다시 한번 1784를 가봐야겠어요. 현재 네이버 제2 사옥에 가면 방문자도 2층 스타벅스에 앉아 루키를 조종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업그레이드 될 이곳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도대체 네이버가 로봇을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몇 달은 안고 있던 주제네요.� 1784에 관심 있던 분들께 재밌는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