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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you Nov 19. 2022

적당히 어중간하게, 간격을 유지하면서.

흥미로운 연구소 “로운(lawn)” vol.2


낚시는 학창 시절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그때 버드나무 그늘 밑으로는 물레방앗간에서 떨어진 물이 잔잔하게 흘렀다. 고요한 수면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고, 낚싯대는 산들바람에 흔들렸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을  낚싯대를 잡아당기던 순간의 흥분! 세차게 파닥거리는 통통한 물고기를 손에 쥐었을 때의 기쁨!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회를 주문해서 질리지도 않고 잘 먹을 수 있는 사람, 회를 먹으며 물고기를 낚는 영상을 빠트리지 않고 챙겨보는 사람, 쉬지 않고 본인의 낚시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 수족관에서 물고기를 보며 눈이 반짝이는 사람, 언제든 낚싯대를 던질 수 있도록 자동차 트렁크 가득 낚시용품을 채우고 있는 사람과 결혼했다.

아홉 살에 혼자 낚싯대를 메고 집을 나가서 밤새 물고기를 낚았다는 작은 말썽꾸러기는 업무가 끝나는 금요일 밤이면 차를 몰고 떠나 종일 서쪽 바닷가 갯바위에서 즐기다 돌아오는 아웃사이더 회사원으로 자랐다. 하지만 수레바퀴 같은 번아웃이 그를 덮쳐 몸과 마음이 아파 어디로도 떠날  없었고, 회복이  되기 전에 찾아온 코로나는 공백기를 키웠다. 한참이나 떠날  없었던 그는 낚시에 대한 열망인지 그리움인지를 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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