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연구소 vol.1
정봉연씨는 6녀 1남을 낳았지만, 지금은 혼자 작은 시골집을 지키면서 살고 있다. 평생 논밭 일을 하고 과수원 농사도 지으면서 소를 몇 마리씩이나 길러냈다. 젊어서는 남의 농사일을 돕거나 삯팔이를 했고, 그도 안되면 먼 동네에서 도자기를 받아와서 되팔았다. 그것마저 힘들 때는 빈방에 누에도 쳤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만 빨리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늘 홀대받았고, 하나뿐인 남편은 아프거나 밖으로 나돌거나 술만 마셨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지만 가장을 대신해 생활비를 버는 일이 우선이었고, 담을 넘어서 귀동냥으로라도 글자를 배우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끝끝내 허락받지 못했다. 정봉연씨는 나와 무려 4바퀴를 돌아야 만나는 띠동갑 할머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농사짓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세월 앞에 등이 새우처럼 굽었고 몇 년 전엔 무릎 수술도 받아 시골집의 높은 마루를 오르내릴 땐 아이처럼 네발로 기어야 한다.
어느 명절에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 할머니 집을 찾았다. 엄마는 이런저런 이유로 본인의 엄마를 찾아가는 일을 미뤘다. 그래서 초등학교 이후로는 같이 온 기억이 없고, 부모가 방문을 꺼리니 덩달아 나도 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명절에 나는 엄마를 만나고 싶지 않았고, 대신 시골 공기를 좀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계신 할머니 집으로 쳐들어갔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의 우리 추억을 까마득하게 잊고, 내가 평생 본인의 집을 방문한 것이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놀라워했다. 엄마 사이에 낀 우리는 그렇게나 까마득하게 먼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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