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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you Jun 21. 2022

“신부님, 지금 바로 결정해주셔야 해요. 부탁드립니다“

흥미로운 연구소 ‘lawn’ 발간호

   ,  문장을 귀가 닳도록 듣고 있다. 이제는 지금쯤이면  리듬이 등장할 순간이다, 하고 마음의 준비를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그것이 실행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문장은 스트레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되어 머릿속을 댕댕 울린다. 나를 재촉하는 째깍거리는 시곗바늘이다. 지금까지 이런 결정 앞에서의 나는 일단  살피고 결론을 보류한 채로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밤새 지나간 선택지를 떠올리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것을 사흘쯤 반복하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야 그중 어떤 것을 고르고 싶은지 마음에 가닥이 잡히고 뭐든 고를  있게 된다.  정도의 하찮은 속도감과 결정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무엇이든 느릿느릿 고르며 사십 대에 접어들었다.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삶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두 내 기준으로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한 취향을 다져왔다고 생각했다. 동묘에 깔린 옷더미 속에서도 나에게 딱 어울리는 옷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나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싫은 것을 싫다고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당당함이 있다. 한여름에도 주저하지 않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대쪽 같은 확고함도 가졌다. 좋아하는 것들을 잘 좋아하기 위해서, 나에게 꼭 맞는 것을 잘 선택하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과 노력과 실패와 성공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선명한 색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다. 갑작스러운 결혼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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