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시간을 쓰는 방법
요즘 필라테스 안 하는 사람도 있을까. 주변에서 하나둘씩 필라테스에 다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찬양 안 하는 친구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한 때는 스트릿댄스 한때는 발레 그리고 한때는 수영이 유행이었는데 이제는 필라테스로 그 시류가 넘어왔다. 결국 나조차 영업당했다. 필라테스를 하고 싶은 이유를 정리해봤다.
1. 다이어트의 시기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운동이 하고 싶어 졌다. 지난여름 동안 참 백수의 길을 걸었더니 5kg 증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의도한 적 없었다는 게 문제지만. 24시간 중 13시간은 누워서 휴대폰하고 9시간은 자고 뭐 그렇게 살면 이렇게 된다. “쟤처럼 살면 안 돼”의 쟤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롤이 바뀌었다. 10월에만 시험이 두 개 있고, 그 후에도 보고 싶은 시험이 있고, 또 인턴도 시작한다. 열 일 모드로 들어선 김에 운동도 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 학교 다닐 때 그렇게 바랬던 9 to 6의 삶을 살게 되었다. 비록 6개월짜리 시한부지만, 이제야 비로소 건강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맨날 밤새고 몸이 망가졌던 지난날 때문인지 허리와 무릎이 안 좋다. 뭐 현대인이 허리와 무릎 안 좋은 게 어디 학과 특성 때문이겠냐만은 손꼽히게 몸에 안 좋은 과를 나왔다는 점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속근육 잡는 데는 필라테스만 한 게 없다고 하던데 안 좋은 자세 하면 또 질 수없지. 제가 한 번 경험해보겠습니다.
2. 소비의 즐거움
다른 이유는 인턴을 시작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을 한다는 말인즉슨 고정수입이 생긴다는 소리고, 나는 월급날까지 돈을 ‘어디에’ 쓸지만 고민하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록 첫 출근 1시간 반 전이지만, 저는 합격통보받은 2주 전부터 쇼핑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는걸요?
10월부터 출근이니 아무리 빨라도 11월 중순에나 월급이 들어올 테지만 상관없다. 1달 반 동안 행복할 테니.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소비가 곧 나의 존재를 증명한다. 그렇게 굳게 믿고 25년을 살아왔다.
그래서 돈을 어디에 쓰고 싶냐 물으면 답을 하는 건 좀처럼 쉽지 않다. 돈은 써도 써도 부족하고, 또 써도 써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에 쓰는 게 가장 적절하냐 물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건강에 쓰는 돈은 충분히 가치 있는걸. 머나먼 옛 휴학 생활 동안 다이어트하면서 느낀 바다.
그리고 요즘에 가장 사고 싶은 건 집이지만 이건 살 수가 없다. 조명이랑 가구도 사고 싶지만 그것도 맘에 드는 건 150부터 시작이고 진짜 사고 싶다 하는 건 500 이상... 제대로 된 소비( 만족감 100% 짜리 소비 있잖아요 택배 언제 오는 지도 까먹는 그런 거 말고요)가 아니라면 차라리 취미생활에 돈을 쓰는 게 맞다.
3. 저도 바디 프로필 찍고 싶어요
2년 전 사진을 봤는데 사람 몸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관리도 안 하고 되는대로 살아서 진짜 살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몸 개좋다. 남들처럼 가녀리진 않지만 저는 저 정도면 만족입니다. 왜 그땐 몰랐지. 헐벗고 다닐걸. 억울해. 사라진 저 날의 몸을 찾습니다.
어찌 됐든 예전 내 사진을 보고 자극받았다 이 말이야. 휴학하고 한창 몸 만들었을 때 사진은 왜인지 싹 없다. 눈바디를 맨날 찍으니까 몸이 이뻤던지도 모르고 꼴 보기 싫어서 지운 것 같다. 그게 너무 아쉬워서 이럴 거면 바디 프로필을 찍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디 프로필 업체를 본격적으로 뒤졌다. 눈에 차는 곳을 하나 찾아냈는데 거기가 요가 프로필을 너무 잘 찍는다. 그래서 어차피 운동할 거면 헬스랑 필라테스 병행하기로 결정^^ 필라테스 맨날 하고 요가도 좀만 연습해가면 사진을 이쁘게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여하튼 그래서 이런 이유로 필라테스 걸이 되기로 했다. 이쁜 레깅스랑 탑이랑 요가 삭스 사야지. 10월까지는 빡공 하고 밥 맛있는 거 먹고 11월 4일(25번째 내 생일 100일 전)부터 할 거다. 아니 식단만이라도 미리 시작하려고 했더니 회사에서 식대가 나온다. 법카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는 거 아시죠. 그리고 서촌에는 맛집이 많다고요.. 이나저나 파이팅하자
[3줄 요약]
1. 살 찜
2. 돈 쓰고 싶음
3. 나도 바디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