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욕구 부르는 영화들

휴가철이 다가온다. 평소,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휴가철이 되면 '왠지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자의가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어디로든 향하게 되는 이맘때를 맞아, 여행 욕구 부르는 영화들을 소개하려 한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여행과 영화. 이 두 단어를 떠올리면 늘 생각나는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다. 물물교환이 이뤄지는 카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왜 이 영화가 여행과 연관성이 있냐하면, 작중 등장하는 한 남자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 때문이다. 그로 인해, 주인공 역시 여행을 떠나고자 마음 먹는다. 사실, 고착된 생활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는 여행이다. 가방끈 좀 긴 사람이라 한들,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보다 견문이 넓다고 단언할 수 없다. 또한, 여행을 통해서는 다양한 사람과 문화와 접촉하게 되고, 그로 인한 해프닝을 통해 자신만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사실, 단순한 추억쌓기와 재미를 위해 떠난다고 해도, 다녀온 뒤에 가슴 깊숙한 곳에 무언가 하나 남는 게 있다. 이것이 여행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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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공부 대신 세계일주를 택했던 동생과 그 반대를 택했던 주인공. 우리는 이 영화에서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공부해온 사람이라도, 그대로 직업을 선택하고 오랜 기간 이어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즉, 우리의 삶은 예측불가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이어진다면, 그것 또한 매력 없는 삶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할 때, 마음 정화를 희망할 때 우리는 여행을 택한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이와 같은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매력적인 OST와 이색적인 카페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사실 나는, 이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대만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었다(아쉽게도 폐점한 탓에 들를 수 없었지만).



우동


'미식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우동>이다. 이 영화는 일본 시코쿠 지역의 우동 투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장소를 정확히 짚어주지는 않지만, 다양한 형태의 시코쿠 일대의 우동들을 훑어볼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시코쿠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동생과 함께였는데, 동생은 온갖 우동들을 맛봤다. 같은 장소를 향하더라도 목적은 다른 법. 내가 시코쿠를 찾은 이유는 '예술'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지역 우동들에 감탄할 만한 일화가 있다. 호텔 조식에서 나왔던 우동마저도 맛있었던 거다. 어떠한 맛에 매료됐다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면'에 감동받았다. 탄력이 넘치는, 그야말로 '탱탱'한 면을 자랑한다.


동생의 말에 의하면, 시코쿠에는 다양한 형태의 우동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맛도 다양하다는 거다. 실제로, 시코쿠 지역의 우동에 대한 극찬은 이 영화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키의 여행법>에서도 시코쿠 지역 우동 투어기를 접할 수 있었다. 하루키 역시, 시코쿠 우동에 대한 찬사가 대단했다.

시코쿠 지역에는 우동 버스와 택시 등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실제로, 일본인들도 우동 투어를 위해 시코쿠로 향한다고 한다. 이 광경은, 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나 역시 나오시마로 향하던 배에서 사누키 우동을 즐기는 일본인들을 여럿 봤었다. 미식 여행가들, 특히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 <우동>이다.




트립 투 이탈리아


이 영화는 미식과 예술이 결합된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황홀한 풍광과 맛깔나는 음식들이 시청각은 물론, 후각까지 자극할 만한 작품. 특히, 여행길에 오른 두 남자의 환상적인 케미가 엿보인다. 말깨나 많은 두 남자의 농담과 인텔리를 오가는 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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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이탈리아>를 보고 난 후라면, 여행 욕구뿐 아니라 작품 속에서 언급됐던 영화들을 재감상하고 싶은 욕구에도 사로잡힐 것이다. 중년의 묵직함보다는, 다소 우울한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한껏 즐기는 중년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이 영화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남성 버전이라 부르고 싶다. 더 좋았던 것은, 이 영화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중년 남자들의 운명(?)을 여과없이 비춘다. 하지만 그들의 6일 간의 일탈기를 통해, 영화를 보는 이들도 꿈을 꿀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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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황금빛 바다로 뛰어들고싶게 만드는 이 영화. 이탈리아의 다양한 먹거리와 풍광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화로 이어지는 연출 방식도 좋았다(물론, 이 의견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테다).



사이드 웨이


이 영화는 굳이 내가 추천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봤을테고, 또한 추천도 받아왔을 것이다. 와인과 함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 <사이드 웨이>.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영화는 아니다. 위트도 있다. 일주일 간의 여행을 통해 삶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영화. 특히,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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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명대사를 적어보겠다. '전 와인의 삶을 찬미해요. 한 생명체가 포도밭에서 익어가는 모습. 비가 내리고 따사한 햇살, 와인이 만들어지고 숙성되는 오랜 세월동안 죽어간 사람들, 또 와인은 변화무쌍하죠. 따는 시기에 따라 그 맛이 제각각이잖아요. 생명력을 가졌기에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죠. 당신이 아끼는 61년산 슈발 블랑처럼 제 맛을 한껏 뽐내곤 삶을 마감하죠. 최고의 맛을 선사한 후에!'

이 대사에서 우리네 삶을 엿볼 수 있다. 와인과 닮은 우리의 인생. 다양한 자양분을 통해 익어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보다 성숙해지는 것이 우리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함. 성숙의 고조를 맛이 제각기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각자의 꿈을 이룬 후 생을 마감한다. 이처럼 <사이드 웨이>는 와인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매력적인 영화다.



와일드


이 영화는 여행보다는 '모험'을 소재로 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보는 내내 '나는 저런 모험에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연거푸 들었던 기억이 있는 작품이다. <인투 더 와일드>라는 영화를 봤다면, 그의 여성 버전으로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셰릴 스트레이드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더욱 흥미롭게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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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과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 PCT를 걷기로 결심한 그녀. 가난과 부모의 이혼으로 각박한 환경이지만 엄마의 사랑으로 살아왔던 그녀에게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삶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다. 자신의 삶을 최하로 떨어뜨렸던 그녀는 이제 '끌어올림'을 위해 '스스로' 세상에, 그리고 저 자신에게 맞선다.

여행이 아닌 '모험'을 감행하는 그녀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놀랍다'라는 표현 밖에 할수 없었다. 감상하는 내내 그러한 감상과 함께 '과연 나는 저렇게 모험에 뛰어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들었던 영화. 그녀가 걷는 길 하나하나는 '고행'과 가까웠다. 자연 외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그녀는 책을 읽고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을 찾아'나간다.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들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은 연출 부분이었는데, 우리가 홀로 여행할 땐 풍경이나 타인과의 만남과 소통 등 특정한 상황에 걸맞은 과거들과도 조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저 자신에게 질문하고, 후회했던 것들은 반성 혹은 정리하면서 현재를 정리하고 미래를 위한 다짐을 하곤 하는데, 이 점을 <와일드>는 잘 표현해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연출에 '스토리(사연)'를 더한다.

또 하나 이 영화를 보며 재확인 할 수 있었던 점은, '웬만해선' 자연과 동물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셰릴 스트레이드가 만나는 타'인'들이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물론, 두려움의 대상이 된 이유에는 셰릴 스트레이드의 '선입견'과 '의심'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포함돼 있다. 그 모든 '인간들의 한계'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좋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모든 자·타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을 바로잡는 데 성공한다. 이런 영화들을 접하면 '확신'을 갖게 된다. 여행은 스승이라는 생각에 말이다.



이상,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영화 다섯 편의 소개가 끝났다. 물론, 더 많은 영화들이 여행을 소재로 다루고 있고, 멀리에서 보면, 우리네 삶 자체가 여행이기 때문에 모든 작품들이 여행을 다루고 있다고 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위 소개한 영화들을 통해 욕구를 드높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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