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
199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제타>가 20년 만에 국내 개봉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영화 연출을 시작으로 지금은 극영화의 거장이 된 다르덴 형제의 초기작이다.
<로제타>는 제목인 동시에 주인공의 이름이다. 로제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좆으며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하는 이 작품에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작가성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영화는 당대 벨기에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알코올의존증에 시달리는 엄마와 컨테이너에서 살아가고 있는 로제타는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해 직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영화가 시작부터 보여주는 장면은 로제타가 해고당하는 과정이다.
로제타가 필사적으로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전투적인 행동에서 느껴진다. 그녀는 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제타는 치열하게 일자리를 구한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와플 가게 직원 리케의 도움으로 반죽하는 일을 하지만 이내 해고당한다. 이어, 리케를 배신하고 그 자리를 꿰차기까지 한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로제타의 삶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또 다시 차가운 현실에서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로제타의 씁쓸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로제타는 다르덴 형제 감독이 끊임없이 다뤄왔던 인물들보다 더 각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프롤레타리아조차 되지 못하는 로제타의 일상에서 행복은 사치이다. 미소 한 번 내비치지 않는 그녀의 삶은 처량하기 그지없다.
열심히 살아가려 해도 받아주지 않는 병 든 사회를 그려낸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로제타>는 2000년 벨기에 정부가 청년실업에 대한 정책으로 '로제타 플랜'을 이뤄낸 기적 같은 영화이다.
당시 벨기에의 청년실업률은 OECD 평균 12.8%보다 10%가 높은 22.6%에 달했으며, 저학력 청년층의 실업률은 30.4%로 고학력 청년실업률의 14.4%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로제타와 같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리하자면 <로제타>는 한 인물을 조명함으로써 시대 문제를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다. 어려운 상황, 특히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인물들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작품들을 보면 그들의 사회 문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