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 리뷰,
위태로워도 버티는 힘!

범상치 않은 뒷모습으로 멋있게 철봉 운동을 하지만 이내 본색(?)을 드러내는 그의 이름은 '용남'. 대학생 때 산악 동아리 에이스로 이름날린 바 있으나 지금은 백수일 뿐이다. 부모님, 누나는 물론 조카에게까지 무시당하며 살아가는 용남. 하지만 그는 일순간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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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는 쓸모 없어 보이는 용남을 주인공으로 한 재난 탈출 액션 영화다. 그를 도우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인물은 산악 동아리에서 인연을 맺었던 '의주'다. 의주의 삶 역시 녹록지 않다. 팀장과 손님 비위를 맞추며 아등바등 버텨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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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들이 날벼락을 맞은 날은 여느 때보다 즐거운, 용남 엄마의 고희연 잔칫날이다.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정체 모를 유독가스다. 이 가스는 전지역을 맴돌며 사람들의 숨통을 막는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듯 용남은 위기 상황에서 산악 동아리에서 구르던 재주를 발휘해 가족을 구출해낸다. 의기투합한 의주 역시 동아리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 헬기를 유인하기 위해 구조 신호 '따따 따따따'를 외치며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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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용남과 의주는 자신보다 약자들을 헬기에 먼저 태우는 등 영웅이 면모를 제대로 발휘한다. 물론 이내 아쉬워하는 티를 내는 등 인간적인 모습까지 갖추고 있어 관객들에게 웃음의 여지를 던져주는 동시에 '현실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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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이와 같은 연출이 좋았다. <엑시트>는 다분히 현실적인 영화다. 물론, 이 정도의 상황과 행동이었다면 '죽었다' 해도 믿을 만할 정도이지만 청년들의 현주소를 현실적인 인물들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 점이 좋았다.


번듯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겨워하는 청년들이 많다. 학과 시절에 배워오던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택해 생계 유지만을 목적으로 아등바등 버티고 또 버티는 청년들이 허다하다. '존버는 승리한다'는 청년 숙어처럼, 의주는 못마땅한 직장 환경 속에서도 그야말로 '존버'해왔다. 존버형이 있는가 하면, 용남과 같은 포기형도 있다. 직장 생활에 발 한 번 디디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이어지는 취업 실패를 견디지 못하고 백수의 옷을 입은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이 견디고 싸우는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닐테다. 물론, 3자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한심한 놈'이라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분명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용남을 보라. 그 누구보다 존버의 힘이 강한 인물이다. 쉽게 깨지지 않는 유리벽을 깨고 좀 더 나은 공간으로 날아가기까지 하는 용감무쌍한 캐릭터다. 모두로부터 무시당하던 그가 모두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다는 것. '죽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으로부터 없애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주어진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고 버텨나가려는 개개인 모두의 삶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경쟁 과열 시대인 요즘, 청년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본의 아닌 현실에 부딪쳤을 땐 예기치 못한 유독가스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처럼 숨통이 막혀버릴 수 있다. 하지만 갑갑한 현실을 깨어 부수고 위태로운 줄 위를 느릿느릿 기어나가야 하는 것이 현 청년들의 실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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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인물처럼 보였던 용남과 의주가 (본의 아닌)영웅이 된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위기 상황을 버텨나갈 힘이 있다. 용남과 의주 역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해낸 만큼 더 나은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답답한 현실 때문에 힘든 감정을 겪고 있다면 <엑시트>가 선사하는 유쾌한 액션으로 잠시간 일탈을 경험해봐도 좋을 것이다. 우연히 봤는데 의외의 재미를 느끼고 돌아온 나는 이 작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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