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라짜로>,
선(善)이 폭력으로 돌아오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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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한 라짜로>의 주인공 '라짜로'는 놀랍도록 순수한 인물이다. 그는 죽었다 되살아난 자인데, 그의 죽기 전후를 중심으로 영화는 크게 1, 2부로 나뉘어진다.


라짜로는 성경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라자로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카톨릭교의 성인이었던 그는 고행자로서, 수도원 성당 근처에 세워진 기둥에 오두막집을 짓고 고행생활을 자처했다. 가난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아 줄 것을 강조해오던 그의 삶은 라짜로의 삶에 반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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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짜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만능 일꾼이다. 순수한 얼굴을 한 그를 마을 사람들은 '이용'하지만, 라짜로는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기꺼이 일을 행한다(돕는다).


이 영화가 놀라운 것은 마을 사람들이 라짜로를 이용하는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실은 그들도 후작 부인으로부터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을 주민들은 노동 착취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무임금으로 일을 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작 부인 아들인 '탄크레디'는 라짜로에게 노동 착취 사실을 알리고 자신과 라짜로가 배 다른 형제라면서 접근한다. 아니나 다를까 라짜로는 탄그레디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빵 한쪽도 나눠 먹으려는 착한 심성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살점을 뜯어 대리 낙인을 찍어주는 등 '저런 사람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만큼 라짜로의 선한 행동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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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끝은 라짜로가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그가 부활하면서 2부가 시작된다. 주민들은 늙지 않고 이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라짜로를 악마, 괴물 따위로 취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짜로의 선심과 이타적인 행동은 변함없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라짜로.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모든 사람들을 도우려 한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현실성과는 괴리가 있는 한 인물을 좇는 이 영화는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리얼리즘 영화다. 라짜로의 행보는 신생아와 같은 순수체가 세상 구경을 나선 듯한 느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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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짜로 외의 모든 것은 변해버렸다. 그렇다면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라짜로는 존경받을 수 있을까. 영화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신성한 인물은 악의 군중에게 발길질 당한다.


성스러움이 추악으로 취급 당하는 이 현실. 과연 괜찮은 걸까. 선함과 이타심을 권하는 사회이지만, 정작 그것을 몸에 입은 자는 짓밟히기 일쑤다. 선함이 폭력으로 되돌아오는 이 몹쓸 현실을 다룬 <행복한 라짜로>는 현명하게 현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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