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1917> 리뷰,
전쟁은 삶의 축소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한다

<1917>은 전쟁과 인생의 여정을 등치시킨 영화다. 지금까지 접해온 전쟁의 본질이나 영웅 서사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노란 꽃이 만개한 평화로운 초원에서 쉬고 있던 두 영국 병사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고립된 영국군 부대 지휘관 매켄지 중령에게 에린무어 장군의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라는 긴급한 임무를 받는다. 제시간에 명령이 전달되지 못할 경우 부대 전체가 몰살당할 상황이다. 두 병사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전쟁의 참상과 인생의 고난을 확인하게 된다.



두 병사가 걸어가는 여정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사방이 시체 더미인데다, 웅덩이와 끊어진 길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촉박한 시간 제한은 초조함을 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나간다. 마치 우리가 단 한 순간도 숨을 포기하지 못하듯 말이다. 임무 수행을 멈추게 만드는 것은 단 하나, 죽음 뿐이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전장은 인생과 닮았다. <1917>이 그리는 전쟁 상황에 위험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른 비율은 아니지만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죽음과 맞닿은 상황임에도 웃음과 위로를 건네는 동료, 위험을 뚫고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 가족 및 인류애 등을 통해 인간 군상의 면면을 보여준다.


<1917>의 매력은 두 병사가 겪는 상황들을 3인칭이 아닌 1인칭 시점으로 표현해 몰입도를 높인 점이다. 카메라는 인물의 여정을 끊김 없이 쫓아간다. 마치 '원 테이크'(one take)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는 '원 컨티뉴어스 쇼트'(one continuous shot)를 적용한 결과다. 원 컨티뉴어스 쇼트는 장면을 나누어 찍은 후, 그것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이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멘데스 감독은 장면과 세트장의 길이, 배우들의 동작을 완벽하게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에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하는 노래가 등장한다.

'나는 고통으로 가득한 이 세상의 인생길을 방황하고 있는 가련한 길손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병도 없고 고생이나 위험도 없는 밝고 빛나는 세상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나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그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방황이라고는 더 이상 없는 그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요단강을 건너서 나는 그곳을 가고 있습니다. 본향을 찾아서 그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먹구름이 내 주위로 몰려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가 가는 길은 험하고 가파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내 앞길에는 금빛 동산이 예비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하지만 생의 끝까지 우리는 걸어 나가야만 한다. 비록 희망이 헛된 것일지라도 살아있는 한 끝까지 발을 내딛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전쟁 만큼 잔혹한 상황은 없다. <1917>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