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에와 재혼한 준은 결혼한 지 3년째다. 이혼 경험이 있는 준은 치에와 결혼할 때 '3년이 지난 후에 결혼 생활을 지속할 것인지 이혼한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자고 제안했었다. 대개 기쁜 날로 분류되는 결혼기념일. 하지만 이 부부의 세 번째 결혼기념일은 부부생활의 생사를 가름하는 날인 것. 사업만큼 지속하기 힘든 결혼 생활의 현실을 아는 준은 치에가 자신과 부부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불안한 마음으로 퇴근한 준이 목격한 장면은 입가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치에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행히도)치에가 연출한 것이다. 이는 단 하루의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는다. 치에는 악어에게 잡아 먹히거나 총상, 이마에 화살이 꽂히는 등 매일 다양한 죽음 상황극을 연출한다.
준은 치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아내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이혼을 준비하고 시작한다. 속내를 묻지도 드러내지도 않는 이들 부부의 관계, 괜찮은 걸까.
결혼 생활은 수십년을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라 할지라도 상대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바꾸려 하거나 완전히 알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에너지 소비일 수 있다. 이상적인 부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것이다. 결혼 생활은 완성된 퍼즐의 모습이 아닌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치에는 잘 알고 있다. 빵과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을 때 '완벽한 반띵'이 아니어도 양보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추고 있는 여성이다. 게다가 준을 사랑한다. 하지만 엄마를 일찍 여읜 그녀는 죽음 이후의 슬픔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그녀의 '죽은 척'은 다양한 것들의 집합체다. 준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무미건조한 부부 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한 노력 등이 어우러진 것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야후 재팬에 게재된 고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결혼 생활을 성찰하게 만든다. 준과 치에 부부 외에도 준의 직장 후배 소매 부부, 사별한 노부부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해 성찰의 깊이를 더한다.
다양한 죽음 상황극은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내가 죽은 척을 하고 있다>만의 매력 포인트이다. 하지만 결혼, 부부 생활에 대한 성찰은 진부함을 면치 못해 아쉽다. 다시 한 번 느낀 점은 부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결혼, 해도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