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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댓글부대> 리뷰, 그래서 이게 진짜야 가짜야?

세상은 참 다양한 사람과 상황으로 얽히고설켜있다. 진실만큼이나 거짓이 난무하고, 그래서 뭘 믿고 믿지 말아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많다. 뭐, 매사에 이렇게 골몰하면 인생 살기 꽤나 빡빡하겠지만. 어떡하겠냐.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3월 22일 금요일,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댓글부대> VIP 시사회에 참석했다. 믿고 보는 배우 손석구가 주연을 맡았고 라이징스타 김성철, 김동휘, 홍경의 무대인사가 있어 열띤 현장이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엔 제목 때문에 '괜찮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웬걸! 막상 보니 메시지도 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재미있게 봤다.



<댓글부대>는 구전동화처럼 존재하는 여론 조작의 실체를 파헤친다. 대기업의 비리를 취재해 특종 기사를 썼지만 오보로 판명돼 정직 당한 임상진(손석구)은 자신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는다. 익명의 제보자는 다름 아닌 실제로 여론 조작을 해봤다는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김동휘). 그는 상진에게 팀의 또 다른 멤버인 찡뻤킹(김성철), 팹택(홍경)과 벌인 여론 조작에 대한 기사를 써달라며 일화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팀알렙이 처음 댓글 조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에서 시작했던 광고(?)일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이들 역시 예상치 못한 사고들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윤리적인 선까지 넘게 된 팀알렙은 내부 분열은 물론 외부 압박에까지 시달리며 여론 조작의 힘을 체감한다.


영화는 쉴 틈 없이 달려나간다.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손석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대한민국 역사의 여론 형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펼쳐보인다. 그러고는 팀알렙의 활약을 보여준다. 광고에 제한적인 담배 업종부터 망한 영화를 홍보하는 방법까지 꽤나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내가 광고업 종사자라 그런지 더 흥미로웠다. 단순 광고뿐 아니라 특정 정권과 대기업을 비판하는 자료까지 과감하게 섞여있어 메시지에 힘을 더한다.


<댓글부대>의 매력은 영화를 다 봤음에도 우리가 본 게 진짜 혹은 거짓인지, 진짜라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거짓이라면 완전한 거짓인지 일부 진실이 섞인 것인지 곱씹어 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좋았다. 왜냐.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니까. 어쩌면 영화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진짜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지만 이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게 아닐지.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캐릭터이다. 사명감보다는 공명심으로 가득 찬 임상진부터 여론 조작을 주도하지만 윤리의식, 정의감에 갈등하는 팀알렙 멤버들의 인간적이고도 입체적인 캐릭터가 돋보인다. 손석구의 안정적인 연기력을 중심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한 팀알렙 멤버들의 케미스트리가 인상적이다. 특히 팹택을 연기한 홍경은 '진짜 미쳐버린걸까' 싶을 정도의 연기를 발휘한다.



오락 영화로 보일 수 있지만 <댓글부대>는 사회고발 영화에 가깝다. 정재계는 물론 연예계까지 스며들었을, 그래서 대중(국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여론 조작의 실상을 건드리는 이 작품. 현실의 민낯을 파헤치는 데 유능한 안국진 감독이 연출을 맡아서인지 보는 맛이 있었다. 그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다.


생각할거리가 있는, 현실적인 영화를 좋아한다면 <댓글부대>는 제대로 된 선택이 될 것. 쫄깃한 긴장감과 익숙한 밈들로 재미까지 전하는 매력도 있으니 관람에 참고하시길. 3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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