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힐링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리뷰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5월 29일, 당신을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아 줄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가 개봉한다. 청춘이라면 한 번쯤은 했을 고민과 경험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으로, 20대 사회초년생에게 특히 추천한다.


영화는 주인공 이이즈카(카라타 에리카)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고 돌아갈 텐데...' 이 한 마디에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이이즈카의 일상을 지켜보게 된다. 여느 때처럼 알람소리에 잠을 깨 집 밖을 나서지만 건너야 할 다리 위에 멈춰서는 이이즈카. 그리고, 결심한다. 출근하지 않기로.



그렇게 직장에서 도망친 이이즈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MBTI로 표현하자면 파워 I(극내향형)인간인 이이즈카는 편의점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무례한 손님에게 주눅 들고 동료들이 말을 걸어와도 낯을 가린다. 회식자리에서도 조용히 술을 홀짝일 뿐, 어울리지 못한다. 만나는 친구 하나 없이 편의점 출퇴근만 반복하는 게 전부인 이이즈카의 일상.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따분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던 중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친구 오오토모(이모우 하루카)와 우연히 재회하면서 작은 변화들이 생겨난다. 데면데면했던 둘은 점차 가까워지고, 얼어붙은 겨울날 같던 이이즈카의 마음이 봄날의 햇살처럼 풀리기 시작한다. 오오토모에게 마음을 트기 시작하면서 사정을 고백하고 고충을 터놓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오기 마련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말하기 힘든 사정에 직면할 수 있다. 누군가는 성향(성격) 상 타인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기 힘들어하기도 한다(나 같은 사람). 이이즈카가 그렇다. 홀로 모든 상황을 감내하는 타입이다.



직장을 관둔 후 이이즈카의 아침은 공허해졌다. 자취방의 망가진 커튼레일처럼, 직장을 잃고 삶이 망가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거다. 바삐 출근하던 날과 달리, 활력이 떨어지고... 생동감이 사라진... 그런 날들이었을 거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으니까. 그런 날들이 왔을 때 이이즈카와 같은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공허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걱정은 항시 있었다.


그러나 직장을 잃었다고 안생이 끝난 건 아니다. NEVER! 오오토모의 말처럼 '항상 맞는 길을 걸어갈 수만은 없는 법'이다.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편의점 동료의 말처럼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향형의 이이즈카. 성향대로 집에만 있었다면, 타인과의 교류가 없었다면 이 가치를 알지 못했을 수 있다.



이렇듯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내가 문제야'라며 스스로만 탓하고 주눅든 삶을 살던 이이즈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도화지에 밝은 색상들로 채워가는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처럼, 아이즈카의 삶도 조금씩 달라진다. 커튼레일을 고쳐 달고 편의점 음식으로만 때우던 식생활을 바꾸려 노력한다.


물론 하루 아침에 삶이 확 바뀔 순 없다. 하지만 이이즈카의 일상은 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거고, 마침내 단단한 사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이이즈카를 응원하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지금 마음이 헛헛하다고 느낀다면, 삶이 무너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영화가 조금은 위안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がんばれ!



읽고 보면 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


이이즈카를 연기한 카라타 에리카는 오랜 공백기를 깨고 활동을 재개했다.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공백기 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연기 연습에 매진한 카라타 에리카의 삶을 반영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이시바시 유호 감독은 카라타 에리카와의 대면 인터뷰를 통해 실제 성격과 말투, 버릇 등을 반영해 이이즈카 캐릭터를 구현했다고 한다. 2020년 스캔들 이후 한일 양국에서 모든 활동을 중지했던 카라타 에리카는 활동을 쉬는 동안 본인의 연기 영상을 직접 찍어 소속사에 제출하고 확인받는 등 연기 연습에 몰입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그만두면 도망치는 게 된다. 연기를 계속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 힘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진심으로 채워진 영화다. 카라타 에리카는 이이즈카 그 자체다. 오오토모로 출연한 이모우 하루카 역시 카라타 에리카와 실제 친구 사이라고. 둘의 관계는 작중 이이즈카와 오오토모와의 관계성과도 흡사하다. 카라타 에리카가 휴지기를 갖는 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이모우 하루카가 이시바시 감독에게 영화의 주연으로 카라타 에리카를 추천하며 극적으로 재회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투표는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능동적 실천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